오피니언 사내칼럼

[여명] 바꿔야 할 미래 연대기

신경립 국제부장

인구절벽 따른 韓 소멸 예언

대책 없인 암울한 현실 될수도

저출산 고령화 골든타임 잡아

日과 다른 미래의 출발점 되길



한 해가 시작될 무렵이면 인터넷에는 바바 반가(Baba Vanga)라는 이름이 떠돌아다닌다. ‘발칸의 노스트라다무스’로 불린 이 노파는 지난 1996년 8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지만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은 생전에 그가 남겼다는 예언에 열광한다. 그에 따르면 2018년은 중국이 전 세계의 ‘슈퍼파워’로 부상하고, 금성에서는 새로운 에너지가 발견된다고 한다. 오는 2028년에는 지구에서 기아가 사라지고 2341년부터는 인류가 지구를 떠나 다른 행성에 정착하게 된다. 이후 우여곡절을 거쳐 인류는 마침내 수명을 극복하는 불멸의 존재가 되지만 5076년에는 세상과 함께 종말을 맞는다.

물론 이 웅대한 미래의 대연대기에 과학적 근거라고는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그저 흥미로운 얘깃거리일 뿐, 예언을 근거로 행동에 변화를 일으키는 일은 없다. 누군가는 이 예언을 절대적 진리로 믿겠지만 그렇다고 달라질 것은 없다. 예언은 불가항력의 운명을 전하는 말이니 그냥 포기하고 받아들이는 수밖에.


여기 또 하나의 미래 연대기가 있다. 일본 산케이신문 논설위원이자 인구문제 전문가가 머지않은 미래에 일본이 직면할 문제들을 예측한 ‘미래의 연표’라는 책이다. 지난해 발간된 이 책에 따르면 2020년에는 일본 여성 두 명에 한 명은 50세 이상이 된다. 2024년에는 일본 국민 3명 중 1명이 65세를 넘게 되며 2033년에는 세 집에 한 집꼴로 빈집이 즐비해진다. 2042년에는 고령자 인구가 정점에 달하면서 빈곤한 노인들이 거리에 넘쳐나고 재정은 무너진다. 마침내 빈 땅이 돼가는 일본 영토는 외국인들이 차지하기 시작한다.

암울한 미래상이 가져온 파문은 컸다. 일본 총무성이 최근 2040년을 겨냥한 중장기 전략 마련에 착수한 데는 이 책의 영향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이미 무수히 반복돼온 저출산 고령화의 경고가 이토록 주목받는 것은 여기에 그려진 가까운 미래의 모습이 그만큼 충격적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일본의 현실에 비춰볼 때 여기에 제기된 미래의 모습이 꽤 높은 확률로 일어날 수 있는 현실적 예측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일 것이다.


일본에서 가파른 인구 감소는 근거 없는 예언이 아니다. 50대50의 확률로 던져보는 불확실한 예견도 아니다. 4월 일본 국토교통성 조사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전국에서 174개 마을이 거주자가 한 명도 없는 ‘무인촌락’으로 전락했다. 구인난 속에 사업체들이 문을 닫기 시작했고 정년을 70세도 모자라 80세까지 늘리는 기업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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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될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당장 누군가의 삶을 뒤흔들거나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지도 않는 이 소리 없는 거대한 변화를 막으려고 매달린 정책입안자들도 없었다. 우려는 컸지만 쏟아지는 현안들 속에 저출산 고령화 정책은 늘 관심권 밖으로 밀려났다. 그리고 지금, 인구 감소는 엄연한 현실이다.

불행히도 한국은 일본보다 빠른 속도로 인구 절벽을 향해 치닫고 있다. 2031년부터 총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해 2136년에는 인구가 1,000만명으로 줄어들고 2750년에는 아예 한국 땅에 남은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연구에 따르면 한국은 인구로 인해 소멸될 최초의 국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소멸의 미래를 허황된 예언으로 치부하고 그럴 리 없다고 무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인구 문제는 가능성이 높은 예측이다. 당장 서두르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우리는 일본보다도 암울한 미래 연표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다행히 문재인 정부는 지금이 저출산 고령화 위기에 대응하는 ‘골든타임’임을 인지하고 관련 대책을 내놓겠다고 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지속적인 실천이다. 앞날이 어두워 보여도 이에 적극적으로 대처한다면 미래는 바뀔 수 있다. 세계적 경영학자인 피터 드러커는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것을) 창조하는 것”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2018년이 암울한 소멸의 미래를 바꿔놓을 출발선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klsin@sedaily.com

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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