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이젠 미래를 이야기하자]말로만 혁신성장...예산도 세제도 '뒷전'

보건·복지·고용예산 12% 늘리면서

연구개발예산 올 1.1% 증가 그치고

R&D 세액공제율도 25%로 감소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신약 부문 수출의 효자다. 램시마(셀트리온)와 베네팔리·플릭사비(삼성바이오에피스)의 수출 증가율은 최고 38%(미국-램시마)에 이른다. 바이오시밀러가 이처럼 급성장하는 데는 정부의 마중물 역할이 컸다. 정부는 지난 2009년 신성장동력 산업 육성을 위한 국책과제를 선정했는데 당시 삼성전자와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 연구개발(R&D) 대상자로 꼽혔다. 이들은 나란히 제품개발과 함께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지구에 공장을 건설했고 빠른 속도로 세계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세계 상위권을 다툴 정도다.

바이오산업 뿐만이 아니다. 전기차 배터리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삼성SDI와 LG화학, 태양광 셀 생산 세계 1위 자리에 올라선 한화큐셀 등 정부의 육성책을 등에 업고 빛을 발했다. 정부와 기업이 호흡을 맞춘 협주의 결과였다.


하지만 그 뒤로 정부와 기업이 호흡을 맞춰 세계시장을 휘어잡을 제품군을 개발했다는 소식은 없다. 문재인 정부도 유망 분야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예산과 세제혜택 등에서 나타나는 정부의 혁신성장 의지가 ‘말’보다는 크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겉돌고 있다는 얘기다.

예산은 429조원으로 늘어났지만 상당 부분은 보건·복지·고용 분야에 쏠렸고 국정과제의 우선순위 역시 소득주도 성장에 밀려났다. 실제 보건·복지·고용 예산은 144조7,000억원으로 2017년 대비 11.7%(15조2,000억원) 증가했다. 반면 R&D 예산은 19조7,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1%(2,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더욱이 산업기술 R&D 예산은 2017년보다 1.3% 줄어든 3조1,580억원으로 감소했다. 이 가운데 미래 신산업, 주력산업의 지능화 등 혁신성장을 위한 중점투자 분야 예산은 지난해 1조5,507억원에서 1조6,624억원으로 늘어났다고 하지만 증가 폭은 1,000억원으로 미비하다. 이마저도 탈원전 등에 따른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신산업 정책의 예산 비중이 약 25%(4,175억원)를 차지하고 있다. 스마트헬스케어 등 바이오·헬스 사업은 전년 대비 421억원 증액된 1,992억원, 반도체와·디스플레이 사업에 전년 대비 137억원 증액된 720억원 편성된 것은 그나마 다행인 부분이다.


4차 산업혁명 대응, 규제개혁 등 산업정책도 지배구조 개선 등 공정경제 정책에 밀려 뒷전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100대 국정과제 중 혁신성장 정책은 서비스산업 혁신, 규제 재설계 등 11개에 불과했다. 반면 공정경제 과제가 51개로 가장 많았고 소득주도 성장(27개), 일자리 중심 경제(11개) 순이었다. 그렇다 보니 ‘성장정책’이 없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고 지난해 12월까지 발표가 예정됐던 서비스산업·제조업 혁신 전략 등은 내놓지 못하다가 최근 발표된 경제정책방향에 방향성만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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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성장을 이끌고 있는 기업에 대한 세제혜택도 부족하다. 법인세 최고세율은 22%에서 25%로 3% 포인트 상승해 기업의 부담은 늘었고 대기업의 일반 R&D 비용(증가분)에 대한 세액공제율은 30%에서 25%로 감소했다. 복지 예산 수요를 대기업의 법인세 인상과 세액공제 감소로 충당하다 보니 혁신성장이 더딜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도 세제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 국회사무처가 4차 산업혁명 관련 전문가 1만7,642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위한 과제 중 세제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이 신성장 분야 육성(46.9%)과 인재양성(42.0%)에 이은 36.9%로 3위를 차지했다. 국회 법제실도 4차 산업혁명과 혁신성장 등을 뒷받침할 세제혜택이 미흡하다며 연구개발비 공제율 확대와 인력개발비 세액공제가 신설돼야 한다고 입법 발의를 건의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적한 대로 혁신성장이 새 정부의 핵심 정책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정책 집행에 속도가 붙어야 하지만 2018년 역시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올해 지방선거가 있어 혁신성장보다는 표가 되는 복지 등 ‘포퓰리즘’ 정책이 대두될 가능성이 크다”며 “상반기에 관련 법안 처리가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박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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