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1일 신년사에서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표단을 파견할 수 있고 이를 위한 남북 당국 간 대화를 열 수 있다며 국면 전환의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동시에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 있다”고 위협해 김 위원장이 국면을 전환하려는 의도가 무엇인지에 이목이 쏠린다.
①핵 완성 위한 ‘시간벌기’인가=북한은 갈수록 강도를 더해가는 대북 제재로 경제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전격적인 대화 제의를 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화 국면으로 시간을 벌며 핵·미사일 기술을 발전시켜나갈 가능성이 있다. 김 위원장은 ‘핵무력 완성’을 거듭 강조하면서도 “핵탄두들과 탄도로켓들을 대량생산해 실전 배치하는 사업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아직은 불완전한 핵무력을 완성하기 위해 시험발사만 이뤄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 화성-15형의 실전 발사를 시도할 수 있다는 의미다.
서울경제신문 펠로(자문단)인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 교수는 “핵 단추 언급은 실험을 통해 확인한 초보적 수준의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핵무기를 가졌다는 이야기”라며 “북한은 앞으로 미국의 1차 제지선을 넘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기 위한 2차 보복능력을 갖추기 위해 나아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통일부도 “북한이 구체적으로 추가 도발을 시사하지는 않았지만 핵 능력 고도화는 지속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②美 위협, 한미공조 균열 노리나=북한이 우리 정부를 향해서는 전격적인 대화 제안을 한 반면 미국에 대해서는 특별한 언급을 피하며 한미공조의 균열을 노린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이 땅에 화염을 피우며 신성한 강토를 피로 물들일 외세와의 모든 핵전쟁 연습을 그만두어야 하며 미국의 핵장비들과 침략무력을 끌어들이는 일체의 행위들을 거둬치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북관계 개선의 구체적인 조건으로 한미 군사연합훈련의 중단과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중지를 내세운 것이다.
특히 북한이 평창올림픽 참석을 미끼로 대북제재 해제 및 경제협력 재개, 인도적 지원을 요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우리 정부가 여기에 응할 경우 북한에 대한 최고 수준의 압박과 제재를 강조하는 트럼프 정부와 마찰을 빚을 수 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북한은 평창올림픽 참가에 무게를 두되 남측의 태도에 따라 참가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면서 “올림픽 전까지는 도발을 자제하다가 올림픽 개최 후 한미연합훈련이 재개되면 다시 도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③북미 대화 노림수인가=북한이 우선 우리 정부와 관계를 개선한 뒤 미국과 대화를 시도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김 위원장은 “우리는 평화를 사랑하는 책임있는 핵강국으로서 침략적인 적대세력이 우리 국가의 자주권과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한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고 그 어떤 나라도 핵으로 위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당분간 선제적인 도발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북한이 과거 신년사에 비해 미국에 대한 비난 수위를 조절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서경 펠로인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지금까지 북한은 한국을 제외하고 미국하고만 직접 대화하겠다는 ‘일방적 구애’를 펼쳤지만 돌아온 것은 더 강한 압박과 제재뿐이었다”며 “이제 전술을 바꿔 한국을 통해 미국과 접근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