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상거래 분쟁 해결하려면 초심으로 가라

김승민 한국공정거래조정원 사업예산팀장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이 어느덧 창립 10주년을 맞이했다. 조정원은 불공정거래행위 등으로 인한 분쟁을 신속히 조정해 공정하고 자율적인 경쟁질서 확립에 기여하고자 지난 2007년 공정거래위원회 산하 기관으로 설립됐다. 지난 10년간 조정원은 1만5,000건 이상의 분쟁조정 사건을 처리했다. 올해는 분쟁조정 접수 건수가 더 늘어 전년보다 40% 증가한 3,000건 이상을 처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정원의 구성원으로서 피해 입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에게 도움을 준다는 보람을 느끼지만 한편으로 조정원의 성장은 곧 갑을 사이의 분쟁 증가를 의미하기에 마음이 무겁다.


분쟁조정을 하다 보면 억울함을 호소하는 ‘을’의 목소리도 듣지만 법을 제대로 알지 못해 불법을 저지르고 난처해하는 ‘갑’의 상황도 알게 된다. 각자의 사정이 있기에 모두가 만족하는 조정은 쉽지 않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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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 때문에 분쟁 해결은 관계의 처음을 되짚어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애초에 ‘갑’과 ‘을’은 서로 대립하는 관계가 아니라 사업 성공이라는 공통의 목적을 위해 함께 뭉친 파트너다. 조정은 누가 옳고 그른지 시비를 가리기 위한 것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엉킨 실타래를 풀고 다시 사업 성공을 위해 서로의 힘을 합칠 것인지 고민하면서 조정이 시작된다.

우리 사회 곳곳에 공정위가 나서 엄정한 법 집행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사업 성공이라는 공통의 목적보다는 각자의 이해관계에 집중하다 분쟁이 발생한다. 또 옳고 그름만 따지다가 귀중한 시간과 비용을 소모하는 사례도 수없이 많다. 조정을 통한 분쟁의 해결은 결국 ‘갑’과 ‘을’ 모두가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에서 시작된다.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관계의 목적을 다시 고민할 때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조정이 이뤄진다. 앞으로 조정을 통해 더 많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실질적인 피해에서 구제받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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