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그룹이 한때 법정관리까지 겪었던 동양(001520)을 알짜 자회사로 성장시키며 올해 본격적인 시너지 창출에 나선다. 지난해 우량한 자산가치와 실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 상승의 혜택을 보지 못했던 동양과 유진기업(023410)의 주가도 양사의 협력 아래 재평가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동양은 지난해 12월29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분할계획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사내이사 선임 등의 안건을 처리했다. 이는 동양의 실질적 대주주인 유진그룹의 주도로 이뤄졌다. 유진그룹은 동양 사태로 그룹이 해체되고 기업회생절차를 밟은 동양이 2016년 법정관리를 졸업하자 며 재무구조가 안정되자 지분 확보에 나섰다. 현재 유진기업이 동양 지분 22.81%를 보유한 최대 주주이고, 계열사인 유진투자증권(001200)(4.79%), 현대개발(1.45%), 현대산업(0.98%)까지 더하면 지분율은 총 30.03%에 이른다.
유진그룹은 지난해 3월 동양의 기존 경영진과 사외이사를 해임하고 유진 측 인사를 신규 선임해 새 판 짜기에 나섰다. 지난해 말 임시 주총은 유진이 올해 동양과의 시너지를 높일 수 있는 청사진을 그린 결과물이다.
유진그룹은 동양을 사업별로 나누고 그에 따라 최고경영자(CEO)도 재배치 했다. 일단 건재·건설·플랜트·섬유 등 4개 사업부문으로 구성된 동양에서 섬유사업부문인 한일합섬이 별도 법인으로 분할됐다. 나머지 분야와 공통점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1964년 설립된 한일합섬은 2007년 동양에 편입됐다. 지난해 실적은 3·4분기 기준 매출 1,005억원, 영업이익 3억원이다. 증권가에서는 “당장은 상장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겠지만 과거 상장사(2003년 상장폐지)였던 만큼 추후 재상장도 노려보지 않겠냐”고 평가했다.
섬유를 제외한 건재·건설·플랜트 등 3개 부문은 유진기업의 사업부문과 공통 영역이 많다. 사업 특성상 구매, 판매 등에서 겹치는 부분을 적극적으로 조율해 수익성을 높일 계획이다.
동양은 기타금융 투자업, 대부업 등을 사업목적으로 추가했다. 현금성 자산이 수천억원에 이르는데 현재는 예금에만 넣어놓고 있어 추가 수익을 내보겠다는 의도다. 유진저축은행(옛 현대저축은행), 유진투자증권, 유진선물, 유진프라이빗에쿼티(PE) 등 유진그룹 금융계열사와의 협력도 기대된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중소기업금융이 장기인 유진투자증권과 건설사 프로젝트파이낸싱 관련 대출을 주로 취급해온 옛 현대저축은행을 통해 기업금융에서 시너지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조치는 동양과 유진기업의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동양은 지난해 대세 상승장 속에도 주가 흐름이 약세를 보였다. 유진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전방산업인 건설업이 침체를 겪고 있어서다. 김창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동양과 유진기업이 레미콘 분야에서 과점 업체가 되고 원재료 조달 측면에서도 유리해진다”며 중장기로 볼 때 실적 향상과 함께 지지부진한 주가 흐름도 개선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동양 사태’를 딛고 재기에 성공한 동양이 유진그룹이라는 든든한 우군을 만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유진그룹 역시 동양과 함께 성장할 수록 투자 수익을 거두는 것은 물론 자사 이익 증대도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