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원전 수출에 올인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인도에 이어 폴란드의 차세대 원자로인 고온가스로(HTTR) 수출에 성공한 것도 바로 정부와 기업·정치권까지 똘똘 뭉쳐 움직였기 때문이다. 외무성과 경제산업성은 초기부터 컨소시엄을 주도하고 수시로 전략회의를 여는 등 수주전을 진두지휘했다고 한다. 한국형 원전모델(APR-1400)로 눈독을 들였던 한국이 헛물만 켠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번에도 히타치 측은 리스크 분담 차원에서 당국에 도움을 요청했고 일본 정부는 “원전 기술을 잃지 말아야 한다”며 전면 지원에 나섰다. 2020년까지 해외 인프라 수주 규모를 30조엔으로 늘리겠다는 목표 아래 정부 주도의 ‘올 재팬(All Japan) 체제’가 본격 가동된 셈이다.
세계 원전시장은 앞으로 30년간 600조원 규모로 불어날 미래 유망산업으로 꼽힌다. 일본과 중국 등 세계 각국이 기업에 보조금까지 대주며 민관협력 체제를 운영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런데 우리는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고도 인수자금 마련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각에서는 탈원전을 선언한 정부가 제발 발목이나 잡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탄식도 나온다. 최근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사업을 놓고 이런저런 뒷말이 오가는 것도 걱정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원전 수출은 개별기업을 넘어 국가 차원의 지원 여부가 승패를 가르게 마련이다. 우리 기업들이 언제까지 전폭적인 정부 지원을 받는 해외 경쟁사를 부러워만 해야 하는지 안타까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