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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평창 G-36일] 힘빠진 오렌지군단…날세운 한·미·일, '빙속 4국지' 평창 빙판 뜨겁게 달군다

네덜란드 독보적 강국이지만

노장 크라머르·뷔스트만 활약

이상화-고다이라·김보름-다카기

숙명의 한일 라이벌 대결 앞둬

소치 '노메달' 美도 부활 안간힘

이상화 /연합뉴스이상화 /연합뉴스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빙속)은 하계올림픽으로 치면 우사인 볼트로 유명한 육상 트랙 종목이나 마찬가지다. 얼음판 위라 스케이트화를 신기는 해도 원초적인 인간의 스피드와 힘을 겨루는 종목이다. 100분의1초 차이에 메달 색깔이 달라지기도 한다. 강릉 스피드스케이팅장에서 열리는 2018 평창올림픽 빙속에는 14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남녀 500·1,000·1,500·5,000·1만m와 매스스타트, 팀추월이다. 팀추월은 3명이 한 팀을 이뤄 벌이는 ‘꼬리잡기’ 방식의 팀 간 대결, 매스스타트는 레인 구분 없이 달리는 마라톤 방식이다.

13세기 네덜란드인들이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으로 전해지는 빙속은 역시 네덜란드가 최강국이다. 운하가 얼면 그대로 ‘자연 스케이트장’이 된다. 네덜란드는 역대 동계올림픽에서 105개의 메달(금 35개)을 쓸어담았다. 네덜란드는 그러나 이번 평창올림픽에서는 경쟁국들의 거센 도전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개최국 한국과 여자가 특히 강세인 일본, 부활을 벼르는 미국이 주요 경쟁국으로 꼽힌다. ‘빙속 4국지’가 펼쳐지는 것이다.




스벤 크라머 /연합뉴스스벤 크라머 /연합뉴스


◇소치의 영광 재연 노리는 오렌지군단=오렌지군단 네덜란드는 2014 소치올림픽에서 총 금메달 12개 가운데 8개를 휩쓸었다. 은·동메달도 각각 7개·8개를 땄다. 메달 수 2위인 폴란드(3개)를 무려 20개 차로 따돌릴 만큼 빙속 종목을 평정했다. 23개의 메달은 다른 출전국이 딴 메달을 모두 더한 숫자의 거의 두 배였다.

평창에 올 네덜란드 대표팀은 그러나 소치 때보다는 전력이 약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부상으로 간판 중 일부가 빠졌고 세대교체가 다소 원활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소치올림픽 남자 1만m 금메달리스트 요릿 베르흐스마는 선발전은 통과했지만 전반적인 시즌 성적이 실망스럽다. 일부 종목에서 국가별 엔트리를 3명에서 2명으로 줄인 것도 네덜란드에는 악재다.

그래도 네덜란드는 네덜란드. 남녀 에이스 스벤 크라머르(32)와 이레인 뷔스트(32)를 앞세워 소치에서의 영광을 재연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 둘은 나이로 봤을 때 평창이 마지막 올림픽일 가능성이 크다. ‘네덜란드 왕조’가 평창에서도 굳건히 유지되느냐는 크라머르와 뷔스트의 성적에 달려 있다. 크라머르는 5,000m 3연패에 도전하는 단거리 황제다. 소치올림픽 때는 팀추월도 우승했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팀추월과 1만m를 포함해 3관왕을 넘보고 있다. 뷔스트도 크라머르에 앞서 2006 토리노올림픽부터 금메달을 수집했다. 올림픽 금메달만 4개. 역시 3관왕(1,500·3,000m, 팀추월) 도전자다.

고다이라 나오  /연합뉴스고다이라 나오 /연합뉴스


◇숙명의 한일 대결, 강릉이 뜨겁다=한국 빙속은 역대 올림픽에서 금 4, 은 4, 동메달 1개를 수확했다. 소치올림픽에서는 이상화(29·스포츠토토)가 여자 500m 금메달, 이승훈(30·대한항공)·주형준·김철민이 남자 팀추월 은메달을 땄다. 이번에는 이승훈과 김보름(25·강원도청)이 각각 이끄는 새 종목 매스스타트에서 금메달이 기대된다. 홈 이점 등 탄력을 받을 만한 요소를 생각한다면 금메달 3~4개까지도 조심스럽게 기대해볼 만하다. 남녀 팀추월이 강세이고 남자 1,500m의 김민석(19·평촌고)은 성장 속도가 놀라워 대형사고를 칠 수 있다는 전망이 대표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최대 관심은 역시 여자 500m 3연패에 도전하는 ‘빙속여제’ 이상화에게 쏠린다. 2016년 입은 종아리 부상 여파로 정상 기량을 찾지 못하던 그는 그러나 올 시즌 들어 라이벌 고다이라 나오(일본)와의 격차를 0.15초까지 줄였다. 도전자로 내려갔음에도 올림픽 챔피언의 여유를 잃지 않고 있는 것을 보면 마지막 담금질을 통해 반전 드라마를 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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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자랑은 500m 24연승에 빛나는 고다이라다. 그는 이상화와 금메달을 다툴 500m는 물론 1,000·1,500m 대권까지 노리고 있다. 1,000m에서는 최근 세계기록까지 썼다. 이밖에 여자 1,500m의 또 다른 우승 후보 다카기 미호는 친언니인 다카기 나나와 팀추월 금메달도 두드린다. 나나가 5,000m와 매스스타트에서 김보름과 메달 경쟁을 예고하는 등 빙속에서는 유독 한일 대결이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역시 금메달 3개 이상을 기대하는 눈치다.

◇빙속 강국 명예회복 벼르는 미국=소치가 네덜란드에 축복의 땅이었다면 미국에는 악몽의 땅이었다. 지난 1984년 이후 30년 만의 올림픽 빙속 노메달. 미국은 역대 올림픽 빙속에서 금메달 29개 등 총 메달 67개를 쌓은 빙속 2위 국가다. 노메달은 충격 그 이상이었다. 남자 대표팀의 에머리 리먼은 “올림픽이 끝났을 때 다들 어리둥절해서 머리만 긁적이고 있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미국은 아직 대표선발전이 한창이다. 밀워키 외곽에서 오는 8일까지 이어지는데 주말 입장권이 이미 매진될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 미국은 선발전 장소로 강릉과 고도가 같은 곳을 고르는 등 명예회복을 위해 정성을 다하는 모습이다. 소치올림픽 때는 대회장과 환경이 다른 고지대에서 훈련한 탓에 실전에서 경기복에 문제가 생기는 일도 있었다.

미국은 여자 1,000m의 브리트니 보(30), 남자 중거리의 샤니 데이비스(36), 남자 매스스타트의 조이 맨티아(32) 등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3일에는 여자 3,000m의 카를레인 샤우텐스(24)가 가장 먼저 평창행 티켓을 받아들었다. 2014년까지 네덜란드 대표팀이던 샤우텐스는 평창올림픽을 위해 국적을 바꿨다.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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