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4일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 궐석재판에는 금춘수 한화그룹 부회장이 증인으로 나왔다. “기업들이 정부 정책에 일정 정도 따라가는 게 박근혜 정부뿐 아니라 역대 정부에서 모두 있었던 일 아니냐”는 박 전 대통령 측 국선변호의 질문에 금 부회장은 “정부에서 좋은 취지(사회공헌)로 하면 기업도 공감하는 건 역대 정부에서 다 있던 일이지만 이번 건(미르재단 출연)은 특이하게 금액 등의 협의가 전혀 없었다”고 답했다. 미르재단 출연은 전국경제인연합 주도의 다른 사회공헌 사업과 달리 충분한 합의를 거쳐 진행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금 부회장은 또 “한화의 출연금은 청와대와 전경련이 협의해서 정했다고 생각한다”며 “원래 14억원으로 정해졌던 출연금이 며칠 사이에 15억원으로 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한화가) 협상해서 올려달라 한 게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박 전 대통령 재판에 출석할 예정이던 재계 주요 인사들의 증인신문도 상당수 불발되거나 연기됐다. 변호인단은 이날 김재열 제일기획 사장과 최상목 전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등을 증인으로 신청하지 않겠다고 재판부에 전달했다. 황창규 KT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조건부 신청 의사를 밝혔다. 최 회장에 대해서는 김창근 SK이노베이션 회장과 박영춘 SK 부사장의 증인신문을 우선 해보고 신청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이 밖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오는 11일 증인신문 예정이었으나 해외출장을 이유로 불출석 의사를 전했다. 이날 신문 예정이던 하현회 LG그룹 부회장과 소진세 롯데그룹 사장도 불출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