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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화유기 사태’가 울린 경종...열악한 한국 드라마 제작관행·시스템 바뀔 수 있을까

tvN 드라마 ‘화유기’ 촬영 현장에서 천장 조명 설치 작업을 하던 스태프가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하반신 마비라는 중상을 당했음에도 현장 안전 대책은 달라진 것이 없었다.2017년 연말에 이어 2018년 새해까지 이어지고 있는 ‘화유기 사태’가 울린 경종은 한국 드라마 제작관행과 시스템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4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tvN 토일드라마 ‘화유기’ 제작 현장 추락 사고 대책 수립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언론노조 김환균 위원장과 최정기 정책국장, 언론노조 MBC 아트지부 김종찬 지부장,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은 A씨의 동료들, 김한균 언론노조 위원장, 그리고 ‘혼술남녀’ 故 이한빛PD의 유족인 동생 이한솔씨 등이 참석했다.

김환균 언론노조위원장이 4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 회의실에서 열린 ‘화유기’ 추락 사고 현장 조사 결과 발표와 재발 방지 대책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했다./사진=지수진 기자김환균 언론노조위원장이 4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 회의실에서 열린 ‘화유기’ 추락 사고 현장 조사 결과 발표와 재발 방지 대책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했다./사진=지수진 기자


쪽대본, 밤샘촬영, 안전불감증에 노출된 현장 등 열악한 드라마 제작현장의 문제는 어제 오늘 일만은 아니다. 지금도 곳곳에 위험요소가 난무하는 제작현장을 지키는 스태프들은 위험 요소가 가득한 ‘일터’로 향한다.

언론노조 측은 28일 진행한 ‘화유기’ 세트장을 찾아 진행한 추락사고 현장 조사 영상을 공개했다. 언론노조는 해당 영상을 통해 제작사 측이 사고 발생 후 어떠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으며 계속해서 촬영을 진행하고 있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세트장 내부는 여전히 낙상 사고나 화재로부터 매우 취약한 구조였다고 지적했다.

최정기 정책국장은 “피해 조합원이 지난 3일 오후 치료 경과 호전됨에 따라 의식이 또렷이 회복됐으나 몸은 아직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한 최 정책국장은 해당 사고의 원인에 대해 “제대로 된 설계도면도 없이 부실한 자재로 시공된 환경에서 안전 장비 없이 무리한 작업 요구를 수행하다 추락사고가 발생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계약 내용에 없는 무리한 작업 요구가 빈번해 스태프들의 피로가 누적된 상황”역시 지적했다.

언론노조 MBC 아트지부 김종찬 지부장은 ‘촉박한 제작환경과 업무 규정에도 없는 제작비 쪼개기 발주’의 문제점을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했다.


그는 “제작비 절감을 위한 쪼개기 발주를 한 거다. 해당 작업의 경우 전기기사 자격증을 보유한 전문 업체에서 하는 게 맞다. 하지만, 소도구 팀에서 작업했다. 발주 절차를 무시한 것“이라며 ”소도구, 소품팀에 나눠서 일을 시킨 거다”고 설명했다. 이어 “업무 지시가 아닌 ‘보직’이라는 해괴망칙한 논리를 들이밀며 책임 회피를 하고 있다”고 부당함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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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언론노조 측은 “정확히 전기 공사 업체와 계약하지 않고 위법인 쪼개기 계약을 했다. 책임자의 자세가 부족하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피해자 가족들에게 사죄 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현재도 이런 작업장에서 일 하고 있는 작업자들의 건강을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음 한다“고 덧붙였다.

김환균 위원장은 “이번 사건이 단순히 일회성 사건으로 마무리 되지 않기 위한 요구안을 말하고자 함”이다고 전하며 “정부 차원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환균 언론노조위원장이 4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 회의실에서 열린 ‘화유기’ 추락 사고 현장 조사 결과 발표와 재발 방지 대책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했다.김환균 언론노조위원장이 4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 회의실에서 열린 ‘화유기’ 추락 사고 현장 조사 결과 발표와 재발 방지 대책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이번 기자회견이 열린 이유는 ‘화유기 드라마 제작 중단’이 목적이 아니다. 언론노조 측은 “방송의 안전 불감증에 대한 대책이 필요함을 말하고자 함”이다고 강조했다. 또한 “많은 네티즌은 드라마 ‘화유기’가 중단되느냐 마느냐에 관심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런 제작현장에서 일어나는 안전사고는 사회 문제 되지 않았다. 알게 모르게 다쳤고, 목숨까지 잃었다. 이 점을 주목해달라”고 덧붙였다.

‘혼술남녀’ 연출부 출신 이한빛 피디의 동생 이한솔 씨는 ”처음 ‘화유기’ 소식을 듣고 소름이 끼쳤다“라고 유감스런 심경을 전했다. 이한빛 피디 이후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주요한 해결책이지 않을까 생각했던 이한솔 씨는 “가족의 죽음을 걸고 가해자들과 협상을 했고 거기에 신뢰감을 가졌다. 하지만 1년만에 쉽게 깨졌다. “며 참담한 마음을 밝혔다.

故 이한빛PD 동생이 4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 회의실에서 열린 ‘화유기’ 추락 사고 현장 조사 결과 발표와 재발 방지 대책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했다.故 이한빛PD 동생이 4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 회의실에서 열린 ‘화유기’ 추락 사고 현장 조사 결과 발표와 재발 방지 대책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좌절 보다는 희망을 주고자 했던 우리의 움직임이 부끄러운 결과물로 돌아왔다”고 심경을 전한 이한솔씨는 “저희와 약속했던 말들에 책임을 지고 구체적인 시행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문화를 바꾸는 것을 넘어서 안전한 공간을 만들고 현장의 분위기를 좋게 할 수 있는 부분은 방송사와 경영자 CEO가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한 결단들이 시행이 된다면 드라마 제작환경 문화들이 바뀔 수 있을거라고 믿는다. ”고 덧붙였다.

언론노조 측은 안전 진단을 완료하고 구체적인 개선 빛 보완 대책이 수립될 때까지 사건 현장 세트장의 작업은 중지해야 한다고 거듭 요구하며, 제대로 된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특히 “모든 드라마 제작 현장에 대한 집중 근로 감독을 실시해야 하고, ‘드라마 제작현장 긴급점검 TF를 소집해 관련 업무에 착수해야 한다”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언론노조 측은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며 총 6가지 항목의 개선을 요구했다. ▲ 정부는 현재 제작 중인 모든 드라마 현장에 대한 긴급 실태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 드라마 제작 현장은 ‘일터’다.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을 준수해야 한다. ▲ CJ E&M은 구체적인 개선 방안과 이행 계획을 제작 종사자들과 시청자 앞에 내놓아야 한다. ▲ 이번 사건에서 드라마 추가 쟁점에 대한 조사와 안전 대책도 강구해야 한다. ▲ 드라마 제작 관행과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 정부, CJ E&M, JS픽쳐스, MBC아트는 사고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수립, 피해자의 치료와 회복을 위해 아낌없는 노력을 기울여야한다.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정다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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