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쉼 문화 확산" 기재부 예산·세제실 '셧다운' 도입

1개국씩 돌아가며 동시에 연차

주말도 못쉬는 직원들 휴식 보장

기획재정부가 업무량이 많아 연차를 내기 어려운 예산·세제실을 대상으로 국(局) 소속 전원이 동시에 쉬는 ‘셧다운(폐쇄)’에 돌입한다. 새해 경제정책 방향에 ‘쉼표가 있는 삶’을 내건 만큼 기재부부터 솔선하자는 취지인데 공무원조차 연차를 마음대로 쓰기 힘든 고단한 우리 현실을 보여준다.

5일 기재부에 따르면 이날과 오는 8일 예산실 산하 사회예산심의관 소속 4개 과 직원 30여명은 일제히 연차휴가를 냈다. 가운데 낀 주말까지 연속해서 4일을 쉰다. 이런 식으로 예산실 밑에 있는 복지예산심의관·경제예산심의관 등 ‘국’ 단위 조직이 주별로 순서를 정해 본인의 연차를 쓸 계획이다. 지난달과 이달 국별로 하루씩 셧다운에 나선 세제실에서는 이날 소득법인세정책관과 재산소비세정책관이 단체로 쉬었다.

이번 조치는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지시다. 새해 예산안과 세법 개정안을 발표한 지난해 여름부터 12월 국회 본회의 통과까지 휴가는커녕 주말에도 일한 직원들의 휴식을 보장하자는 취지다. 기재부의 1월은 상대적으로 업무량이 적은 비수기에 속한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국 전체가 함께 쉬는 건 처음 있는 일 같다”며 “혼자만 연차를 쓰면 집에서도 업무 연락을 받는 일이 많았는데 결재선에 있는 국·과장이 모두 쉬니 진짜 휴가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6년 기준 정부부처별 평균 연가 사용일수는 10.3일로 1인당 평균 법정 연가일수(20.4일)의 절반이다. 이마저도 휴가를 적게 쓰면 부서장의 성과 평가에 감점이 있기 때문에 연말에는 연차를 내고 일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런 날 서울 출장이라도 잡히면 휴가자라 여비도 못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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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도 특별휴가가 아닌 본인 몫의 휴가를 가기 위해 ‘셧다운’이라는 처방이 필요한 상황은 한국의 장시간 근로 관행이 얼마나 고착화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김 경제부총리는 2일 시무식을 대신한 직원 인사말에서 “새해에는 중요한 일에 집중도를 높이되 기계적 근면성은 줄여 일·가정의 조화를 우리부터 이뤄보자”고 강조했다.

세종=임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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