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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블루오션 시프트] '블루오션 시프트' 성공 방정식, 구성원 자신감+새로운 방법론

■김위찬·르네 마보안 지음, 비즈니스북스 펴냄

새 시장 만드는 블루오션 시프트

리더 의존·인센티브 전략으론 실패

조직원 자신감 높여 목표로 이끌고

전략 수립 단계부터 참여시켜야

기존과 조화 통해 새 영역 개척

일자리 창출 등 선순환 효과도



영국 런던 테이트 미술관 인근에 자리한 시티즌M 런던 뱅크사이드 호텔은 합리적인 가격에 뛰어난 입지, 참신한 아이디어와 재기발랄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4성급 호텔이다. 이곳은 도어맨이나 벨보이는커녕 체크인·아웃을 돕는 프론트 데스크조차 없지만 고객들은 5성급 호텔에 견줄만한 서비스를 3성급 가격에 누렸다는 만족감을 얻는다.

앞서 시티즌 M호텔은 고객 인터뷰 결과를 바탕으로 고객이 원치 않는 모든 서비스를 제거했다. 벨보이와 도어맨을 없애고, 호텔 레스토랑은 아웃소싱으로 전환했다. 프론트데스크 대신 셀프 체크인 단말기를 도입했다. 객실 면적을 줄여 객실 수를 늘리는 대신 수면공간을 색다르고 안락하게 디자인했고 이를 규격화해 설비 단가를 낮췄다. 그 결과 객실당 총비용이 4성급 호텔 평균보다 40%, 인건비 역시 업계 평균보다 50% 줄었고 객실 이용률은 평균 90%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이는 시티즌M 호텔이 블루오션 시프트, 즉 기존의 경쟁 시장이 아닌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데 성공했다는 방증이다. 그리고 주목할 점은 이 같은 전략을 세우고 실행하는 과정에 모든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했다는 점이다.


13년 전 ‘블루오션 전략’을 출간하며 ‘블루오션’이라는 고유명사를 전 세계인에게 각인시킨 김위찬·르네 마보안 인시아드 블루오션 전략 연구소장이 블루오션 창출을 위한 실전 매뉴얼을 담은 두 번째 책 ‘블루오션 시프트’를 내놨다. 기존의 경쟁자가 득실대는 시장에서 경쟁하지 말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라는 메시지는 기존 책과 동일하지만 이번 책은 한 단계 더 나아가 실전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단계별 전략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활용도가 높다.

서커스와 연극·발레의 장점을 모아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태양의 서커스(위)와 고객이 원치 않는 모든 서비스를 없애 비용을 줄여 성공한 영국 시티즌M 런던 뱅크사이드 호텔의 객실(아래).서커스와 연극·발레의 장점을 모아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태양의 서커스(위)와 고객이 원치 않는 모든 서비스를 없애 비용을 줄여 성공한 영국 시티즌M 런던 뱅크사이드 호텔의 객실(아래).


약 250페이지에 걸쳐 상세하게 소개한 다섯 가지 세부 전략은 100여년간, 30개 산업에서 실행된 150개 전략을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만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저자들은 블루오션을 발견하고도 시장에 도달하지 못한 상당수 기업들이 ‘인간다움’을 간과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대부분의 조직은 어느 한 집단이 전략을 창출하고 다른 집단이 이를 실행하는 식으로 전략 창출과 실행을 분리한다. 또 실행단계에서는 조직개편이나 인센티브 조정, 핵심성과지표(KPI) 설정 등을 통한 ‘당근과 채찍’ 전략으로 실행을 독려한다. 저자들은 이 두 가지가 블루오션 시프트에 실패하는 결정적인 이유라고 설파한다. 모든 인간은 변화에 두려움을 느낀다는 심리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변화를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대신 두려움을 덜어주고 자신감을 키워주는 식으로 목표에 근접하게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실행 전략을 세분화해 조직이 가야 할 목표지점을 가시화하고 고객 체험을 통한 직접적인 문제점 발견, 소통과 공정한 절차 이행을 통해 구성원들을 ‘블루오션 시프트’에 적극적으로 참여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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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리더 내지는 핵심 인재들이 전략을 세우고 조직의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는 믿음 역시 블루오션 시프트의 실패율을 높인다. 보통 핵심 인재 그룹이 혁신 전략을 세워도 구성원들이 이에 반감을 갖거나 저항할 경우 전략을 실행에 옮기기 어렵다. 그러나 전략 수립 단계에서 주요 구성원들이 참여해 자신들이 판매하는 제품·서비스의 현재를 진단하고 구매경험의 문제점을 스스로 찾는 과정을 거치면 보다 쉽게 혁신에 동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지점은 혁신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다. 책에서는 ‘블루오션 시프트’가 기존 산업이나 경쟁자를 무너뜨리는 파괴적 혁신이나 창조적 파괴가 아닌 시장 창출적 혁신이며, 수익·매출·일자리를 확대한다는 점에서 사회에도 비파괴적이라고 강조한다.

15억 달러 남짓한 시장에서 과당경쟁을 벌이고 있는 브라질 휴지 시장에서 킴벌리-클라크 브라질은 고객들이 주로 대중교통이나 도보로 마트에서 휴지를 사간다는 점에 착안해 운반이 쉬운 압축 휴지를 내놓으며 새로운 산업 표준을 만들어냈다. 서커스와 연극, 발레의 장점을 모은 ‘태양의 서커스’는 여러 장르에 존재하는 수요의 일부를 합친 것은 물론 새로운 관객을 유인하며 서커스 시장의 파이를 키웠다. 또 전 세계 어린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세서미 스트리트’는 미미한 시장 규모로 주목받지 못했던 미취학 아동용 에듀테인먼트 시장을 창출했다. 중요한 것은 ‘세서미 스트리트’가 유치원, 도서관, 잠잘 때 부모가 읽어주는 동화 등을 대체하거나 유아교육 시장을 파괴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구경 가는 도서관’으로 차별화한 별마당 도서관, BB크림과 파운데이션 사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아모레퍼시픽 쿠션 파운데이션, 현지인이 만드는 진짜 여행 시장을 창출한 마이리얼트립 등 한국판에만 수록된 사례들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조직의 자신감과 방법론이 결합할 때 블루오션 전략은 빛을 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자신감은 있지만 방법론이 없는 조직은 도박꾼과 같다. 방법론은 알지만 자신감이 없는 조직은 절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 2만원

서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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