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성향 사이트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 운영진이 자매사이트를 만든다는 소식에 일베 이용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용자들은 운영진이 미리 공지 없이 자매사이트를 개발한 데다, 새 사이트에 과거 자신들이 지운 글까지 고스란히 남아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6일 일베에 게시된 공지사항을 보면 사이트 운영진은 이달 11일 ‘일베 2.0’에 해당하는 사이트 오티티엘(OTTL)을 열 예정이다.
새 사이트는 동영상을 직접 게시하는 기능이 있고, 이용에 불편을 주는 광고는 제거하는 대신 우수한 품질의 광고를 게재할 예정이라고 운영진은 밝혔다.
기존 일베에서 쓰던 아이디와 비밀번호 등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고, 일베에 게시한 과거 글도 고스란히 OTTL로 옮겨진다.
운영진은 “일베에서 글을 삭제할 때 OTTL의 글도 자동으로 삭제된다”며 “일베에서 회원 탈퇴 시 OTTL 이용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베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과거에 일베에 썼다가 지운 글도 새 사이트에 고스란히 박제돼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한 이용자는 “작년 12월 말 테스트를 위해 사이트가 잠깐 열렸을 때 들어가 봤더니 삭제한 계정의 글이 OTTL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다른 이용자도 “OTTL로 내 삭제글을 봤다”고 말했다.
대화명을 ‘오틀폐쇄가즈아’로 바꾼 이용자는 “OTTL은 약 4∼5년간 삭제된 글까지 포함해 일베에 올라온 글을 똑같이 ‘박제’했다”며 “일베에서 게시글이나 댓글을 수집해 모욕죄 등으로 고소미를 먹이는(고소한다는 뜻의 인터넷 속어) 사례가 많은데 운영진이 이를 대놓고 도와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이용자도 “OTTL 사이트가 열리면 지운 글과 사진이 다 나올 것”이라며 “다 함께 부관참시당한다고 보면 된다”고 우려했다.
그간 일베 이용자들이 특정인에 대한 모욕·명예훼손·성희롱성 글을 썼다가 고소당한 사례가 많은 데 따른 우려다.
이용자들은 운영진이 사전 공지 없이 자매사이트를 개발했고, 일베 이용자들로부터 동의를 얻지 않고 자매사이트로 회원정보를 넘긴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운영진이 OTTL을 만드는 것은 일베를 없애려는 수순’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일베 운영업체 ‘아이비’의 이성덕 대표는 “작년 말 시험적으로 사이트를 열었을 때는 캐시(임시저장소) 관련 기술적 문제로 일베에서 지운 글이 OTTL에서도 지워지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렸다”며 “이 때문에 오해를 빚은 듯하다”고 해명했다.
이 대표는 “공지사항에도 적은 대로 일베에서 지운 글은 OTTL에서도 분명히 삭제될 것”이라며 “일베를 없애려는 수순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진=일간베스트저장소 캡처/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