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화제의 책]'잘못 쓴 맞춤법, 상대방 비웃음 산다'

■ 오빠를 위한 최소한의 맞춤법(이주윤 글·그림, 한빛비즈 펴냄)

멋진 오빠가 되고픈 남자를 위한 기본 맞춤법 한 권에 담아

잘못쓴 맞춤법 익숙해지면 공문서 작성할때 낭패보기 쉬워





“너 정말 어의없다. 하루 2틀도 아니고. 그러지 말고 만나서 예기하자.”


남자 친구(남친)가 보낸 문자에 그녀는 헛웃음이 나왔다. ‘어이 없는 사람은 여기 있는데 정말 하루 이틀도 아니고. 별로 만나서 얘기하고 싶지 않은데...’

태어나면서부터 스마트폰을 쓰기 시작한 90년대 이후 출생한 ‘모모(MOre MObile)세대’. 전화 통화보다 문자로 전달하는 메시지가 더 익숙한 이들은 온라인 게임에서 그리고 사회관계망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에서 짧은 문장을 능수능란하게 써내려간다. 축약어는 물론 신조어도 현란하다.


그들이 사용하는 우리말 맞춤법에 적신호가 켜졌다. 언어 파괴의 수준에 이르렀다. SNS에 문장을 올릴 때에는 친숙하게 그들만의 은어를 쓰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게 평소 생각이었지만, 공식적인 글쓰기를 해야 할 시점에 잘못된 자신의 맞춤법을 모른 채 웃음거리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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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SNS로 보내는 문자를 예시로 틀리기 쉬운 우리말 맞춤법을 알려준다. 맞춤법의 수준은 초급으로 시작해 고급으로 끝난다. 처음엔 웃음이 나오지만 진지하게 읽어보면 자신이 어떤 언어를 구사하고 있는지를 알게 된다. 아울러 친한 사이일수록 갖춰야 할 네티켓도 은근히 알려준다.

그렇다면 왜 오빠를 위한 맞춤법일까? 궁금증은 이내 해소됐다. 최근 ‘남친의 잘못된 맞춤법을 고쳐주고 싶다. 하지만 화를 돋우는 건 아닐까 조심스러워 말을 못 꺼낸다’는 여자들의 하소연이 쌓이고 있다는 후배의 말에서 이 책이 제법 팔리는 이유를 알았다. 책은 출간 1년여 만에 1만부 이상이 차분히 팔리고 있다. ‘이런 책이 무슨 1만부? 포털에 들어가서 검색하면 다 나오는걸’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만 여긴다면 ‘꼰대’라고 찍히기 딱 좋다. 젊은 세대를 잘 모르거나, 책은 진지하고 깊어야 한다는 신념에 차 있거나 둘 중 하나다.

책은 찬찬히 읽어보면 자신도 잘 못 알고 쓰고 있는 문장이 꽤 많다는 사실에 직면하게 된다. 출판사 편집자는 “처음 책이 나왔을 때 ‘안티’가 많았다. 왜 하필 오빠냐? 언니는 틀리지 않냐? 등등의 댓글이 무성했다”면서 “하지만 이 책은 여성들이 사서 남친에게 선물하는 경우가 많았다. 기획이 적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초 성향을 드러내는 남친이 SNS에 펼치는 틀린 맞춤법 대잔치가 더 풍성하다는 말이다.

시대를 불문하고 은어나 속어는 늘 있었다. 그러나 올바른 문장을 쓰는 사람이 상대방에게 고귀하고 품격이 있어 보인다는 것쯤은 알아 두는 게 좋을 듯하다. 한 가지 더 알려주겠다. 카사노바 등 수많은 귀부인의 마음을 샀던 시대의 작업남 대부분이 문장으로 여심을 녹였다는 사실./ 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장선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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