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7일 “한순간에 세상이 바뀌지 않고, 항쟁 한 번 했다고 세상이 확 달라지지 않는다”면서 “역사는 금방은 아니지만 긴 세월을 두고 뚜벅뚜벅 발전하고, 우리가 노력하면 바뀐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CGV에서 6월항쟁을 소재로 한 영화 ‘1987’을 관람한 뒤 “영화 ‘택시운전사’의 세상을 6월항쟁으로 끝을 내고, 그 이후 정권교체를 하지 못해 여한으로 남게 된 6월항쟁을 완성한 게 촛불항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 영화에서 가장 울림이 컸던 대사가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나요’였다. 6월항쟁 등 엄혹했던 민주화 투쟁 시기에 민주화 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가장 힘들게 했던 말이 ‘그런다고 세상이 달라지느냐’였다”고 회고하며 “촛불집회에 참석할 때도 부모님이나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그런 말을 들으신 분이 많을 것이며, 지금도 ‘정권 바뀌었다고 세상이 달라지는 게 있느냐’고 얘기하시는 분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이 영화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세상을 바꾸는 사람이 따로 있지 않다”며 “우리가 함께 힘을 모을 때 연희(영화 속 등장인물)도 참가할 때 세상이 바뀐다는 것을 영화가 보여주는 것 같다. 정말 좋은 영화를 만들어주셨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영화 보는 내내 울면서 아주 뭉클한 마음으로 봤다”며 “재미·감동·메시지 어느 하나만 이뤄도 참으로 대단한 영화인데, 3가지를 모두 겸비한 정말 대단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감상평을 내놓았다. 또 “제가 영화를 보면 천만을 넘기겠다 아니겠다를 알 수 있다”며 “이 영화는 확실히 천만을 넘기겠다는 확실한 예감이 든다. 많이 봐주시기 바란다”며 흥행 선전을 기원했다.
또 문 대통령은 근처 한 식당에서 박근혜 정부 시절의 이른바 ‘블랙리스트’ 문화예술인들과 오찬간담회를 하면서 “블랙리스트 얘기를 듣거나 피해 입으신 분들을 만나면 늘 죄책감이 든다”며 “제가 가해자는 아니지만, 저 때문에 그런 일들이 생겼고 많이 피해를 보셨으니 그게 늘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블랙리스트 피해자 중 절반 이상이 2012년 대선 때 저를 지지하는 활동을 했거나 지지 선언에 이름을 올린 단순한 이유 하나로 오랜 세월 고통을 겪었다”며 “세월호 관련해서도 많은 분이 고초를 겪었는데 제가 2012년 대선 때 정권교체에 성공했다면 그런 일을 겪지 않았을 텐데라는 늘 회한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시 한 번 어려운 시기에 많은 고통을 겪으신 분들께 위로 말씀과 함께 감사 말씀을 드린다”며 “그럼에도 제가 그 아픔에 대해서 지난날의 고통에 대해 보상해 드릴 길이 별로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사건의 진실을 제대로 규명해 책임 있고 벌 받을 사람들이 확실히 책임지고 벌 받게 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문화예술인들이 정치 성향이나 정치적 의사 표현 때문에 예술 지원 같은 데에서 차별받거나 예술 표현의 권리에서 억압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나아가 문화예술인들이 제대로 창작활동을 하도록 사회경제적인 지원을 확대하는 게 제가 할 일인 것 같다”고 밝혔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앞으로 문화예술에 관한 정부 지원을 대폭 늘리되 그 지원에 대해서 정치적 성향을 가지고 일절 차별하지 않겠다”며 “지원하면 정부는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확실하게 지켜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