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 증시는 고평가돼 취약하다고 봅니다. 유럽 등 해외 증시에 분산 투자하는 것이 유리할 겁니다.”
로버트 실러(71) 미국 예일대 교수는 6일(현지시간) 전미경제학회가 열린 필라델피아 메리어트다운타운호텔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미 증시가 잠시 더 올라갈 수는 있지만 주가가 너무 높다”며 이같이 말했다. 실러 교수는 ‘자산가격의 경험적 분석’에 기여한 공로로 지난 2013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경제학자로 2000년 초 출간한 저서 ‘비이성적 과열’로 ‘닷컴버블’ 붕괴를 정확히 예고한 바 있다.
그는 “미 증시는 변동성이 크지 않지만 위험한 시기로 접어들고 있다”면서 “조정이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미국에 너무 집중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보다는 국제적으로 분산된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조언이다.
실러 교수는 또 올해 미국 경제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많은 것과 관련해 “오랜 기간 확장해온 만큼 ‘리세션(경기후퇴)’이 갑자기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올해 급격한 리세션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미국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 6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장장 102개월간 성장세를 지속하면서 역대 세 번째로 긴 경기 확장기를 맞고 있다. 미국의 최장기간 경기확장 기록은 조지 H W 부시와 빌 클린턴 행정부 때인 1991년 3월부터 2001년 3월까지의 120개월이다.
미국 집값을 파악하는 대표적 지표인 ‘케이스실러지수’를 창안하기도 한 실러 교수는 최근 미 부동산 시장 호조세에도 의문을 표했다. 그는 “미국 물가 상승률이 2%에 못 미치는데도 지난해 하반기에 케이스실러지수가 6% 이상 오른 것은 이상하다”며 “거품이 형성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러 교수는 “미 부동산 시장의 상승세가 1~2년은 더 갈 수 있지만 그 이상 계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조금씩 불안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필라델피아=손철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