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시각] 산업규제 중국만큼은 풀자

민병권 정치부 차장

민병권 차장민병권 차장




“한국이 정말 부럽습니다. 우리 나라의 주력 제조 산업은 한국이 다 가져갔는데 정보통신기술(ICT)도 한참 앞서는 것 같네요.”

2년 전 세계적 전자통신박람회인 ‘MWC’ 취재를 위해 스페인을 찾았을 때 현지의 한 대형 이동통신사 임원이 기자에게 던진 이야기다. 스페인의 간판 산업이던 철강·조선 산업은 제조업 한류를 비롯한 신흥국의 도전 앞에 무너진 지 오래다. 그런 상황에서 MWC에서 선보인 한국의 ICT를 본 스페인 기업인들로서는 한층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현지 실업률은 20%대에 육박한다. 자국 내 취업난으로 옛 식민지였던 남미권을 비롯해 스페인어권을 중심으로 해외 취업길에 나서는 국민들이 많다.


사실 대한민국의 현 상황도 20여년 전부터 이어진 스페인 산업계의 위기와 다르지 않다. 한국의 간판이던 조선 산업은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고 철강 산업 역시 인도·중국의 맹추격을 받고 있다. 전자와 자동차 산업도 미국·중국의 높아지는 통상장벽을 맞닥뜨리고 있다. 주력 산업이 무너지면 스페인 같은 최악의 실업난을 국민이 짊어지게 된다.

관련기사



해법은 중국의 추격을 받는 주력 제조업에 신기술을 융합해 혁신하고 바이오 및 서비스업 같은 신성장 산업을 고도화하는 방법밖에 없다. 문제는 규제장벽이다. 우리 기업들은 첨단기술을 확보했거나 최소한 개발할 역량을 갖추고 있음에도 ‘이것만 해라, 저것만 된다’는 식의 포지티브 규제의 잔재로 역량을 마음껏 펴지 못하고 있다. 특히 바이오·의료, 정보통신 서비스, 드론, 미래형 자동차 같은 신성장 산업 분야일수록 산업계의 규제체감도가 높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최근 기자와 만나 “더도 말고 중국만큼만이라도 규제를 풀어줬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최소한 중국만큼은 산업제도를 정비해야 추월당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 차원에서 미국과 중국의 규제 상황을 벤치마크하고 국내 제도를 이에 맞춰 최대한 연동해 개선하는 것을 모색해야 한다.

산업계가 목을 매는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 제정과 규제총량제 문제도 시급히 풀어야 한다. 이들 모두 입법 사항이다. 2월 국회에서 실기하면 지방선거 및 정계 개편, 개헌 국면 등에 휩쓸려 경제입법의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월 회기 즈음 국회를 찾아 경제개혁 및 규제해소 입법의 시급한 처리를 당부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더불어민주당도 입법 견제를 주력으로 하던 야당 시절의 관점을 벗어나 여당으로서 규제해소 입법을 주도하는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 /newsroom@sedaily.com

민병권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