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LS전선 3色전략으로 '4兆 시대' 다시 연다

전기차 부품·동남아 사업 '선점'

AIIB 차관 공략해 亞·중동 '집중'

통신 케이블로 美·유럽시장 '확장'

3년 연속 매출 하락세 부진 딛고

지난해 실적개선 터닝포인트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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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침체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LS전선이 글로벌 맞춤 전략에 힘입어 터닝 포인트를 잡았다. 시장별로 제품 수요를 분석, 신속하고도 과감한 투자를 단행해 시장을 ‘선점·집중·확장’하는 3색 전략을 적극 활용한 데 힘입은 성과로 해석된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S전선은 지난해 3조 5,000억원 이상(연결 기준, 추정치)의 매출을 달성하며 터닝 포인트를 찍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는 4조원을 넘어서며 ‘제2의 도약’을 이룰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도 나오고 있다.

LS전선은 지난 2013년 4조 4,875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성기를 구가했지만, 2014년 3조 9,778억원, 2015년 3조 4,756억원, 2016년 3조 490억원으로 하향 곡선을 그리면서 침체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성장 한계에 부닥친 국내 전력 산업이 지목됐다. 산업화 시대에 누렸던 폭발적 성장은 기대할 수 없게 된 데다 조선업 불황의 여파로 선박이나 해양용 전선의 수요 감소도 발목을 잡았다.

LS전선이 실적 개선의 터닝 포인트를 잡은 결정적인 비결로는 글로벌 맞춤 전략이 꼽힌다. 구자엽(사진) 회장이 지난 몇 년간 강조했던 글로벌 맞춤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구 회장은 지난 2일 신년사에서 “양적 성장에 치중해 자칫 놓치기 쉬운 점들을 경계하고, 효율성과 실행에 중점을 둔 ‘내실 있는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며 “사업별로 고부가, 차별화 제품 등 수익성 중심의 사업을 운영하고 글로벌 역량을 고도화함으로써 해외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구 회장이 LS전선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면 명노현 대표는 직접 발로 뛰면서 글로벌 영토를 확대하는 사령관 역할을 자처했다. 명 대표가 진두지휘한 결과 지난해 아시아 지역에서 수주한 금액이 2016년(2,200억원)의 3배가 넘는 7,000억원을 돌파하는 등 모멘텀을 만들었다는 평가다. 이런 추세라면 지난해 해외 매출이 2016년의 1조 7,424억원 수준을 뛰어넘은 2조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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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전선의 글로벌 전략에서 우선 ‘선점’ 전략이 눈길을 끈다. 전기차 부품 등 미래 사업과 동남아시아 개발도상국에서는 시장 선점에 힘을 쏟고 있다. LS전선은 지난해 11월 초 폴란드에 전기차 배터리 부품 생산법인(LS EV Poland)을 설립했다. 국내 전선업체로는 최초의 유럽 생산법인이다. 지난해 11월 14일 미얀마에 전력 케이블 공장(LSGM)을 착공했다. 현지에서 제품을 생산해 가격 경쟁력과 고객 대응력을 갖춤으로써 시장을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명노현(왼쪽 두번재) LS전선 대표가 지난해 1월 시무식을 겸해 찾은 동해사업장에서 공장을 둘러보며 지시하고 있다. /사진제공=LS전선명노현(왼쪽 두번재) LS전선 대표가 지난해 1월 시무식을 겸해 찾은 동해사업장에서 공장을 둘러보며 지시하고 있다. /사진제공=LS전선


주력 시장인 아시아와 중동 지역에서는 매출을 극대화하기 위한 ‘집중’ 전략을 펼치고 있다. LS전선은 지난해 방글라데시에서는 AIIB 차관 프로젝트를 포함해 총 1억 달러 이상을 수주했다. 방글라데시 전력청의 소규모 프로젝트들을 진행하면서 신뢰를 쌓은 후 지난해 1월 지사를 설립하고, 현지에서 본격적인 마케팅을 펼친 끝에 거둔 값진 성과다. 베트남을 비롯해 주변 아시아 국가의 초고속 통신망 구축이 늘어나자 지난해 상반기 호찌민 LSCV 공장에 광케이블 생산 설비를 증설했다. 이에 힘입어 LS전선아시아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20% 이상 늘어나며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말에는 중국 생산법인 LS홍치전선이 쿠웨이트 수전력부(MEW)와 5,300만 달러(약 580억 원) 규모의 초고압 지중 케이블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수요가 늘고 있는 제품군을 중심으로 ‘확장’ 전략을 펼치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지난해 3월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전력 케이블 생산 법인(LSCUS)를 설립하고, 고부가 전력 케이블 시장 1위를 기반으로 중전압 전력 케이블까지 점유율 확대를 꾀하고 있다. 미국은 기존 노후 케이블의 교체 수요, 인프라 투자 확대와 신재생 에너지 개발 등으로 케이블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될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케이블 업체들의 안방이라 할 수 있는 유럽 진출도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해 4월 기존 전력 케이블 사업 중심의 영국 판매법인과는 별도로 프랑스에 통신 케이블 중심의 판매법인을 설립했다. 프랑스 법인은 지난해 8월 이탈리아에서 현지 업체들의 컨소시엄을 제치고 초고속 통신망 광케이블 공급 계약을 따내며 성공적인 출발을 알려왔다. 명노현 대표는 “LS전선의 글로벌 진출은 단지 생산기지의 해외 시장 재배치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최적의 위치에 최적의 자원을 소싱함으로써 경쟁 우위를 확보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정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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