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삼성전자 영업익 50조 시대] 매분기 성장신화 쓰지만...올핸 원高·中견제에 '살얼음판'

작년 매출 239조로 18% 증가

영업이익은 83%나 늘어 53조

반도체만 35조 달해 '일등공신'

원·달러 환율 하락에 영업익 타격

中, D램가격 시비 등 반격도 거세

실적 전망치 하향 등 불안감 ↑

삼성전자의 한 직원이 경기도 화성 사업장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삼성전자의 한 직원이 경기도 화성 사업장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대나무는 죽순을 틔우는 데 3년이 걸린다. 하지만 죽순이 나기 시작하면 3개월 만에 5m 가까이 자란다. 그야말로 파죽지세로 크는 것이다. 지금의 삼성전자(005930)가 딱 그렇다. 수년간의 메모리 반도체 치킨게임에서 살아남은 삼성전자는 가격 주도권을 바탕으로 매 분기 성장 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메모리칩 수요마저 폭발하면서 삼성전자의 독주 체제는 도드라지는 양상이다.

9일 발표한 지난해 실적은 이를 잘 보여준다. 연간 매출 239조6,000억원, 영업이익 53조6,000억원(잠정)은 모두 역대 최고 실적이다. 직전 최대였던 지난 2013년(매출 228조6,900억원, 영업이익 36조7,900억원)과 비교해보면 ‘퀀텀점프(비약적 발전)’라는 표현이 절로 나온다. 재계의 한 고위임원은 “슈퍼 호황을 맞은 반도체가 삼성전자를 견인했다”며 “실적만 놓고 보면 그야말로 삼성전자 전성시대”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원화 강세가 실적 부담을 키우고 있고 미국·중국 등 경쟁업체의 견제, 중국의 물량공세, 가전·스마트폰 사업에서의 경쟁 심화 등이 올해 삼성전자를 혹독하게 테스트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도체가 열어젖힌 ‘연간 영업이익 50조’ 시대=지난해 실적은 전년 실적(매출 201조8,700억원, 영업이익 29조2,400억원) 대비 매출은 18.7%, 영업이익은 83.3% 증가했다. 연간 기준 최대인데 마지막 분기만 떼놓고 봐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4·4분기 매출은 66조원, 영업이익은 15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이전 최대인 지난해 3·4분기 실적(매출 62조원, 영업이익 14조5,300억원)을 웃돈다. 연간 영업이익 50조원, 분기 15조원 시대가 열린 것이다.



1등 공신은 단연 반도체다. D램·낸드플래시 시장이 슈퍼사이클에 올라타면서 미증유의 실적을 일궜다. 지난해 4·4분기 반도체 영업이익은 처음으로 10조원을 넘겨 10조1,000억~10조7,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영업이익의 70%에 가깝다. 연간으로 반도체 영업이익을 환산하면 35조원이 된다. 일부 D램 제품은 영업이익률이 60%에 육박했을 정도였다. 삼성전자가 1992년 이후 24년 만에 처음으로 인텔을 제치고 반도체 시장 점유율 1위에 등극할 수 있었던 이유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삼성전자 영업이익률이 제조업체에 기대하긴 힘든 22.37%를 기록했다”며 “이는 반도체 덕분”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지난해 4·4분기에 △소비자가전(CE) 4,000억원 △디스플레이 1조5,000억원 △IT모바일(IM) 2조5,0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냈을 것으로 본다. 올해 세계 시장 점유율이 20%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스마트폰이나 프리미엄 TV 시장 등에서 악전고투하고 있는 가전보다는 반도체·디스플레이가 효자 노릇을 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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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강세, 경쟁국 견제 등으로 실적 부담 커져=옥의 티는 지난해 4·4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았다는 점이다. 증권가 실적전망치 평균은 영업이익 15조8,964억원이었다. 실제 실적이 전망치보다 8,000억원가량 낮다. 증권가에서 지난달 중순부터 원·달러 환율 급락과 반도체 부문 특별상여금 지급 등의 영향으로 실적전망을 낮추기 시작했음을 고려하면 조정된 전망치도 충족하지 못한 셈이다. 대신증권은 원·달러 환율이 10원 내리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2,000억원가량 준다는 보고서를 내놓은 적도 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국내에서 만들어 해외로 나가고 달러로 결제되기에 원화 강세가 되면 타격을 받는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생산해 현지에서 팔리는 가전·휴대폰은 상대적으로 여파가 작다. 하지만 일본의 소니·파나소닉 등이 엔저를 등에 업고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호시탐탐 기회를 넘보는 상황이다. 실제 11년째 TV 시장 1위인 삼성전자의 판매량은 감소세다.

타국의 견제도 골치다. 중국은 최근 관영매체 등 언론을 통해 D램 가격에 시비를 걸고 있고 미국 업체들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우리 기업을 상대로 특허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정부 차원에서 오는 2025년까지 200조원을 투입하는 중국의 반격이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달러뿐 아니라 주요 통화 대비 원화 강세로 실적둔화 영향이 커질 수 있다”며 “칭화유니 등 중국 업체가 올 하반기부터 D램 생산에 돌입하는 것도 삼성으로서는 잠재적 우환거리”라고 말했다.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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