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국빈방문에 나선 중국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의 후한 대접을 받으며 양국 우호관계를 다졌다.
시 주석은 마크롱 대통령을 새해 첫 국빈으로 맞게 된 것은 그만큼 양국 관계의 중요성이 높이 평가되기 때문이라며 마크롱 대통령 부부에게 각별한 정성을 쏟았다. 새해 벽두부터 보호무역주의를 강조하며 중국을 압박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를 견제하려는 시 주석과 미국의 일방주의가 탐탁지 않은 마크롱 대통령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가운데 시 주석이 유럽의 정치외교 리더로 급부상한 마크롱을 우군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는 해석이다.
중국 매체들과 서방 외신들도 시 주석이 마크롱 대통령에게 각별한 정성을 쏟았다고 입을 모았다. 글로벌 무대에서 ‘마이웨이’ 트럼프에 맞서는 유력한 지도자로 부상하고 있는 마크롱과 손잡고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을 견제하려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아프리카와 동유럽 등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프랑스를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적극 끌어들이겠다는 중국의 속내도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파격적 예우의 배경으로 꼽힌다.
시 주석은 이날 오후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양국 정상회담에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대국인 중국과 프랑스가 보호주의를 반대하고 다자주의를 함께 지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마크롱 대통령은 “기후변화 대응, 글로벌 안전 등 중대한 문제에서 양국이 양호한 협력을 하고 있으며 프랑스는 일대일로의 틀에서의 양국 협력 증진을 중요시하고 있다”고 화답해 글로벌 무대에서 미국의 일방적 독주를 저지하고 프랑스의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중국과의 공조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양국 정상은 이날 회담에서 전면적인 전략 동반자 관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둬웨이는 마크롱 대통령이 새해의 바쁜 국내 일정을 제쳐 두고 중국을 방문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탈퇴하고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승인하는 등 돌출행위를 거듭하는 것을 견제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중국과 프랑스는 이날 정상회담에서도 대규모 경제협력안 체결과 통 큰 선물로 우호를 과시했다. 양국은 프랑스 원전업체 아레바가 중국으로부터 약 100억유로(약 1조 2,800억원)를 투자받아 원자력 폐연료 재처리 센터를 중국에 건설하기로 하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징둥닷컴은 20억유로 규모의 프랑스 물품을 판매하기로 하는 등 중국과 프랑스 기업이 이날 맺은 경제·무역 협정만 50여건에 달한다. 이날 양국이 맺은 경제협력안은 100억달러(약 10조6,250억원) 규모가 넘으며 양국은 10억유로 이상의 공동 투자펀드 창설에도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프랑스·중국 기업인 간담회에서 중국과의 무역 불균형 시정 문제를 언급하며 양국 간 우호협력 증진이 일방통행으로 진행되지는 않을 것임을 나타냈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는 불균형하고 불만족스러운 시장(중국)과 접해 있다”며 “만약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양측에서 첫 ‘반응’이 생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로이터통신은 마크롱 대통령이 연간 300억유로(약 38조3,300억원)에 달하는 대중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중국을 압박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측의 접견 수위도 트럼프 대통령 방중 때와 차이가 있었다는 평가다. 이날 오전 반나절 일정의 마크롱 방문을 위해 중국은 자금성을 일시 통제했지만 두 달 전 트럼프의 자금성 방문 때처럼 외부 관람객을 하루 내내 불허하지는 않았다. 이날 저녁 인민대회당에서 마크롱 대통령을 초대해 치른 국빈만찬도 2개월여 전 자금성 건복궁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청나라 황실 궁전 요리를 접대했을 때와 비교하면 외견상 차이가 있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