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감정 격화되는 울산 검·경 ‘고래 싸움’ 3R

검 “경찰 사수에 최대한 협조하고 있다” vs 경 “적극 협조했다면 이 사건은 벌써 종결됐을 것”

검 “수사기관은 결과로 말해야” vs 경 “사건의 본질은 부패 의혹 사건”

지난 2016년 4월 경찰이 울산 북구의 한 냉동창고에서 압수한 밍크고래 27톤. 시가 40억원 가량으로 검찰이 이 가운데 21톤을 포경업자에게 돌려줬다. /서울경제DB지난 2016년 4월 경찰이 울산 북구의 한 냉동창고에서 압수한 밍크고래 27톤. 시가 40억원 가량으로 검찰이 이 가운데 21톤을 포경업자에게 돌려줬다. /서울경제DB


고래고기를 둘러싼 울산 검찰과 경찰의 신경전이 갈수록 더해지고 있다.

검경 고래 싸움은 지난 2016년 4월 울산 중부경찰서가 불법포획 증거품으로 압수한 고래고기 27톤(40억여원 상당) 가운데 21톤을 울산지검이 불법성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포경업자들에게 되돌려주면서 촉발됐다. 지난해 9월 경찰이 고래고기 환부 사건에 대해 수사를 시작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검사는 외국으로 연수를 떠난 상태며, 경찰이 신청한 압수수색 영장 또한 제대로 발부되지 않아 수사가 늦어지면서 불만이 쌓여있는 상태다. ★본지 2017년 9월13일, 10월26일자 참조


울산지검은 9일 참고자료를 통해 “검찰은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경찰 수사에 최대한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수사 초기 단계부터 경찰의 관련 사건기록 열람·등사 신청에 대해 허가하는 등 적극적으로 사건기록을 제공했고, 경찰이 신청한 총 20건의 영장 중 15건의 영장을 청구하는 등 경찰의 수사에 최대한 협조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또 참고자료에서 영장 청구 경위를 자세히 밝히는 등 할 만큼 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경찰의 생각은 다르다. 경찰은 9일 오후 공지사항 형태로 “진상을 밝히는데 핵심인 계좌·통신 영장이 사실상 대부분 기각되거나 핵심을 벗어난 사안에 국한해 허가돼 수사가 난관에 부딪혀 있는 상황이다”고 밝혔다. 이어 경찰은 “검찰과 법원이 진실을 밝히는 데 적극적으로 협조했다면 이 사건은 벌써 종결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경찰은 검찰이 일부 영장에 대해 협조하는 태도를 보인 부분은 있으나 본질을 규명하기에는 미흡하다고 보고 있다. 검찰이 밝힌 영장 청구 경위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검경은 특히 당시 고래고기 사건을 담당했던 검사의 해외연수를 두고도 엇갈린 견해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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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경찰로부터 고래고기 환부 사건 담당 검사의 국외훈련 예정 확인 요청 공문이 접수된 당일에 신속하게 출국 예정 일자를 회신해 주고, 담당 검사에 대한 서면질의서를 담당 검사 출국 전에 2회에 걸쳐 전달했다”고 밝혔다. 다만, 검찰은 담당 검사의 해외연수가 이미 1년 전에 예정돼 있었으며, 서면질의서 답변 여부는 검사 개인의 자유의사에 의해 결정할 사항으로 소속 검찰청이 관여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는 견해를 냈다.

반면 경찰은 “수사 진행 시점부터 지속해서 담당 검사의 휴대전화 및 사무실로 수십회에 걸쳐 통화를 요구했고, 수차례에 걸쳐 담당 검사를 찾아갔으나 만나주지 않았다”면서 불만을 드러냈다. 또 “담당 검사의 국외훈련 예정 소식도 언론 보도를 통해 알았다”며 수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꼬집었다.

검경의 신경전은 수사 외적인 부분까지 확대되고 있다.

검찰은 자료 끝에 “수사기관은 법률에서 정하는 요건과 절차에 따라 증거를 수집해 유죄를 입증할 책임이 있고, 수사가 종결되었을 때 수사결과로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수사 중간 내용을 언론에 공개하는 울산경찰청의 수사 방식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으로 읽힌다.

실제로 고래고기 유통업자의 변호를 맡아 주요 피의자로 분류된 검사 출신의 변호사 A씨가 소환에 응했다가 울산경찰청에 대기하던 10여 명의 취재진을 보고 놀라서 되돌아가는 해프닝까지 있었다.

하지만 경찰은 검찰의 참고자료 발표 후 곧바로 공지사항을 통해 “이번 사건의 본질은 경찰과 검찰의 수사권 갈등이 아니고 고발장이 접수된 부패 의혹 사건에 대해 사안의 실체를 밝히는 것”이라며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울산=장지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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