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양우석 감독 "과소평가도 과민반응도 말고...北 냉철하게 봐야"

■400만 넘은 영화 '강철비' 양우석 감독

"흥행열기 임계점 못갔지만 '냉철한 담론' 길게 이어지길

액션뿐 아니라 섬세한 연기 정우성은 저평가된 배우"

영화 ‘강철비’ 연출 양우석 감독  /연합뉴스영화 ‘강철비’ 연출 양우석 감독 /연합뉴스


“북한을 냉철하게 바라봤으면 합니다.”

북핵 이슈를 다룬 영화 ‘강철비’로 400만 관객을 넘긴 양우석(49·사진) 감독은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서울경제신문을 만나 “우리에게는 북한을 바라볼 때 정신 분열적인 간극이 있다. 북한을 적으로 간주하는 가운데 북한을 과소평가하거나 혹은 지나치게 과민반응을 하거나,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무시하는 3가지 시각이 혼재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양 감독은 “우리의 이런 심리적 방어기제를 깨야 한다”며 “그런 바람으로 영화를 기획했다”고 강조했다.

마흔 네 살 늦은 나이에 데뷔한 영화 ‘변호인(2013년)’으로 천만 관객을 동원한 양 감독은 ‘강철비’가 9일 현재 437만 명(9일 현재) 가량을 기록하면서 명실공히 ‘흥행감독’임을 스스로 확인시켰다. ‘강철비’는 북한에서 쿠데타가 일어나면서 치명상을 입은 북한 1호를 최정예요원 엄철우(정우성)가 남한으로 데리고 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으며, 북핵 문제를 비롯해 동북아시아 정세를 바라보는 미국 등의 시선이 매우 현실적이고 냉정하면서도 흥미롭게 그려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북한에 대해 상당히 강경한 입장을 표명하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세가 급변하자 최근 ‘남북 대화를 100% 지지한다’는 의견을 밝히는 등 자국의 이익을 위해 외교적 스탠스를 취한 부분은 영화와 상당히 흡사해 양 감독의 통찰력과 예지력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영화에서는 대북 강경 개입을 고수하던 미국이 전쟁을 목전에 두고 갑자기 발을 뺀다. 양 감독은 “외교라는 것은 자국의 이익이 최우선이고, 모든 나라가 이익에 따라서 움직인다”면서 “중국은 중국의 이익대로 움직이고 영화에서 외교안보수석 곽철우(곽도원) 역시 대한민국의 국익을 극대화하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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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 감독이 된 소감을 묻자 양 감독은 “‘강철비’의 경우 겨우 손익 분기점에서 턱걸이를 한지라 감히 흥행 감독이라는 말에는 민망함과 죄송한 마음이 든다”며 “배우와 스태프에게 보너스를 챙겨드리고 싶었는데 그렇지 못하게 돼서 아쉽고 죄스러운 마음이다. 상영횟수도 적고 상영시간대도 불편했을 텐데 영화를 봐주신 430만 관객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흥행의 여부보다는 담론이 형성되는 임계점까지 가지 못했구나 하는 아쉬움은 있다”며 “흥행의 열기에 근거한 ‘핫’한 담론보다 영화가 주장한 냉철한 담론이 앞으로 길게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고 덧붙였다.

양 감독은 영화가에서도 박학다식하고 통찰력이 뛰어난 감독으로 손꼽힌다. ‘강철비’에서도 양 감독 특유의 방대한 지식과 꼼꼼한 취재력이 빛을 발했다. “두 주인공 이름을 철우로 결정한 이유는 인명사전 등을 통해 조사를 해보니 1977년에 태어난 남한과 북한의 남성 중에 철우라는 이름이 꽤 많아서 이질감이 없을 것 같았죠. 또 원작 웹툰의 제목이 ‘스틸레인’이고 스틸레인은 현존하는 재래식 무기 중 살상력이 가장 큰 무기였습니다. 관객들 중에서는 북한군 최명록(조우진)이 기도가 막히자 숨을 쉬기 위해 목을 메스로 그어 호스를 끼우는 장면에 대해서 가능한지를 궁금해하시는데 의학적으로 당연히 가능한 겁니다.”(웃음)

배우 정우성에게 ‘강철비’는 ‘인생 작품’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빼어난 외모에 가려졌던 뛰어난 작품 해석력과 연기력이 관객들로부터 극찬을 얻고 있는 것. 이에 대해 양 감독은 강하게 공감했다. “정우성은 저평가된 배우입니다. 그는 계속해서 노력했죠. ‘강철비’에서는 액션뿐만 아니라 사투리 연기도 뛰어났고, 시한부 인생을 사는 가장이 자기를 지우고 가족을 위해 희생하고 뭔가를 만들어 주고 가려는 모습 등을 굉장히 미묘하고 섬세하게 연기했어요. 철우는 국수를 허겁지겁 먹는 장면을 비롯해 영화에서 세 번 정도 보일 듯 말 듯한 섬세한 미소로 영화의 톤과 결을 맞췄죠.”

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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