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종목·투자전략

"삼성전자 영업익 기대 못미쳤다"...외국인 매도 공세에 3%대 급락

'반도체 싱글엔진' 우려 크고

모건스탠리 실적전망 하향 경고

MSCI ESG지수 제외도 한몫



삼성전자(005930)가 연간 50조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고 발표한 9일 주가는 외국인의 매도세에 3% 넘게 하락했다. 지난달 모건스탠리의 반도체 업황 고점 전망으로 하루 3.42% 하락한 후 최대 낙폭이다. 이날 주가 급락은 예상치에 못 미친 지난해 4·4분기 영업이익에 대한 실망감에 이어 반도체 고점 논란의 불씨를 당긴 모건스탠리가 올해 실적 전망을 하향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히며 촉발됐다. 원화 강세가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여기다 해외 사회책임투자 지수 편입 제외가 외국인의 투자심리를 자극하며 하락 폭이 더 커졌다. ★본지 1월9일자 1·22면 참조

이날 삼성전자는 전일보다 3.11% 떨어진 252만원에 장을 마감했다. 장중 한때 3.92%(249만9,000원)까지 급락하면서 250만원선이 깨지기도 했다. 개인과 기관이 각각 1,516억원, 191억원씩 사들였지만 외국인 투자가들이 2,176억원의 물량을 팔면서 하락세를 주도했다.


주가 하락의 촉매는 기대보다 부진한 4·4분기 실적 탓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의 삼성전자 4·4분기 매출액·영업이익 추정치 평균값은 각각 66조7,276억원, 15조8,675억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말(67조447억원, 15조9,507억원)보다 하향 조정된 수치다. 증권사들은 지난해 10, 11월부터 반도체 업황 둔화와 환율 등을 근거로 잇따라 삼성전자의 실적 전망을 떨어뜨려 왔다. 잠정실적 발표 하루 전인 지난 8일에도 대신증권이 4·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15조9,000억원에서 15조2,930억원으로, 유안타증권이 16조4,795억원에서 15조5,300억원으로 낮춰 잡은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낮은 실적이 발표되면서 실망감이 적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특히 반도체를 제외한 다른 부문의 실적이 다소 실망스러웠다”며 “반도체라는 ‘싱글 엔진’에만 기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몰리면서 하락 폭이 더 커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도체와 가전·스마트폰이 서로 뒷받침하는 사업 구조가 현재로서는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예상치에 못 미칠 뿐 실적 증가세에 대한 반론은 크지 않다. 삼성전자의 4·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각각 23.76%, 63.77% 성장한 수치다. 또 잠정실적이 기대치를 밑돈 주된 이유가 환율·성과급으로 꼽히는 만큼 펀더멘털에는 문제가 없다는 지적이다. 김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성과급 지급 증가는 호황의 방증”이라며 “다만 원화 강세 흐름이 완화돼야 주가 상승이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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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모건스탠리의 저주는 삼성전자 주가의 발목을 잡았다. 이날 삼성전자의 4·4분기 실적과 관련해 “블룸버그가 집계한 실적 예상치를 밑돌면서 2018년 전체 실적 전망도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MSCI코리아ESG리더스지수’에서 제외된 점도 일부 외국인 투자가에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ESG리더스지수는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기준으로 종목을 편입하며 삼성전자는 환경·사회·지배구조 등의 측면에서는 최소 등급을 충족했지만 ‘사회적 논쟁’ 부문에서 기준에 부합하지 못했다. 해외의 사회책임투자 펀드가 아직은 소규모지만 투자심리를 자극해 외국인 자금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유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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