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한국노총의 탈퇴로 사실상 중단됐던 노사정 대화의 시발점이 될 노사정 대표자 회의가 오는 24일 열린다.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원회를 박차고 나간 1999년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무려 20여년 만에 본격적인 노사정 대화를 위한 준비 작업이 시작되는 셈이다.
문성현 노사정위원회 위원장은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4일 양대 노총 위원장과 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고용노동부 장관, 노사정위원장이 참여하는 노사정 대표자 회의 개최를 제안한다”며 “노사정 대표자 회의는 사회적 대화 기구의 재편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노사정 대표들이 의견을 모아준다면 사회적 대화 기구의 위원 구성과 운영 방식 등은 물론 명칭까지도 바꿀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양대 노총이 문재인 대통령의 참여를 끝까지 고수하고 사용자 측도 동의한다면 대통령의 참여 가능성도 열어둔 셈이다.
한국노총은 앞서 지난해 현재의 노사정위에는 복귀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대통령이 참여하는 노사정 8자 회의를 제안한 바 있다. 민주노총 역시 이와 유사한 형태의 새로운 회의체를 구성하자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이 제안한 협의체 구성원에는 노사정위가 포함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문 위원장은 “노사가 요구하는 어떤 내용도 검토하겠다”며 현재의 노사정위를 해체하는 수준의 개편 방안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제안에 대해 한국노총은 “지난해 새로운 사회적 대화를 시작하자는 한국노총의 요구에 대통령이 응답했고 이날의 노사정 대표자 회의 제안도 그 일환으로 판단된다”며 “한국노총은 24일 노사정 대표자 회의에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본격적인 사회적 대화 복귀 여부는 추후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결정하기로 했다. 반면 민주노총은 “노사정위가 사전협의 없이 노사정 대표자 회의 일정을 일방적으로 잡았다”며 “내부 논의시간 등을 감안하면 참석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전했다.
사용자 측은 노사정위의 제안에 일제히 환영 의사를 나타냈다. 대한상의는 “최근 기업을 둘러싼 노동 정책의 변화와 본격 시행으로 기업들의 우려가 많다”며 “하루빨리 현실적 대안을 만들고 정책과 제도에 반영해 산업현장의 혼란을 줄이는 일에 실기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노사정 대표자 회의 수용 입장을 밝혔다. 경총 역시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사회 주체들의 양보와 고통 분담이 필요한 만큼 형식에 구애받지 말고 사회적 대화 채널을 복원해야 한다”며 “일자리 창출뿐 아니라 양극화 해소 등 노동시장의 당면과제 해결 방안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로써 노사정 대표자 회의 시작이라는 사회적 대화의 첫 단추는 끼워졌지만 실제로 사회적 대화가 본격화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먼저 친노동 성향의 대통령이 기구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 사용자 측의 반발 가능성이 있다. 어떤 의제를 다룰지를 놓고도 노동계와 경영계 사이의 갈등이 만만찮을 것으로 관측된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회적 대화가 대통령이나 정부와 노동계 간 교섭으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두형기자 세종=임지훈기자 mcdjrp@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