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의 눈에 들어 있다. 그러니 제발 눈물은 흘리지 마라. 당신이 그렇게 눈물을 흘리면 내가 당신 눈에 더 머무를 수 있겠느냐.”
2009년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원자력 발전소 수주를 한국이 프랑스·미국·일본 등 이른바 원자력 강국을 모두 제치고 따내는 과정에서 최근 한국을 다녀간 모하메드 UAE 왕세제의 최측근인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행정청장에 대한 ‘열공’과 시(詩) 낭송까지 하는 감성 외교가 ‘신의 한 수’로 작용했다는 이야기가 뒤늦게 전해졌다.
11일 UAE 원전 수주 과정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명박 전 대통령은 칼둔 청장을 직접 만난 자리에서 미리 준비해간 시를 한 편 읊었다. 예상 밖의 시 낭송에 칼둔 청장의 눈빛이 흔들렸다고 한다. 칼둔 청장 자신이 직접 쓴 시였기 때문이다. 사랑하기에 떠날 수밖에 없었던 애절한 심정을 담은 젊은 시절을 담은 자작시였다. 문학청년이자 시 쓰기가 취미였던 그는 이에 감동 받아 한국 쪽으로 마음을 기울였다는 후일담이다.
칼둔 청장은 정·재계를 아우르는 UAE의 실세 중 실세로 불린다. UAE 원자력공사(ENEC) 이사회 의장과 정부 소유 투자회사인 무바달라개발그룹 이사 등 거물 기업인이다. 또 국제사회에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시티 FC의 회장으로 알려졌다. 기업인으로서는 냉철하지만 문학을 가슴에 품을 줄 아는 따뜻한 면도 있는 셈이다. 칼둔 청장은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도 한때 ‘문학 청년’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줬다. 그는 “양국은 이혼을 허락하지 않는 가톨릭식 결혼을 했다”는 꽤 은유적인 표현으로 양국 관계를 정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