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한미약품 등 한국을 대표하는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투자 행사에 참석, 견고한 성장성과 연구개발(R&D) 경쟁력, 차별화된 신사업 전략 등을 발표하며 글로벌 투자자들의 큰 호응을 얻어냈다. 단순한 기업 알리기를 넘어 실질적인 성과도 도출해내는 기업들도 속출해 K바이오의 글로벌 존재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8일(현지시간)부터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 국내 20여곳의 바이오기업이 참가해 기업설명회(IR)를 갖고 해외 파트너사와 협업을 도모하는 등 총력전을 펼쳤다. 이 행사에는 세계 450개 제약·바이오기업과 8,000여 명의 관계자가 공식 참석했다. 국내 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JP모건 컨퍼런스’는 월가의 투자은행(IB)의 초청을 통해 참가할 수 있는 행사이기에 초청받았다는 것만으로도 실력을 인정받았다는 권위를 가진다”며 “7~8년 전만 해도 국내 두세 곳에 불과하던 공식 초청기업이 최근 부쩍 늘어나는 추세이며 실질적 성과도 만들어내고 있는 상황 ”이라고 설명했다.
우선 동아쏘시오홀딩스의 신약개발전문 자회사 동아에스티는 10일 영국 기반의 글로벌 제약기업 아스트라제네카와 혁신적 면역항암제를 공동연구해 도출된 지적재산권(IP)도 공동 소유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해 눈길을 끌었다. 계약에 따르면 동아에스티는 아스트라제네카가 연구 중인 3가지 면역항암제 타깃에 대한 물질탐색 연구를 공동으로 진행한다. 강수형 동아에스티 부회장은 “동아에스티의 R&D 역량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국내 기업으로서는 유일하게 2년 연속 ‘메인 트랙’에 입성해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JP모건의 초청을 받은 기업은 400여 곳이 넘지만 본행사장에서 IR을 진행할 수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 올해도 아시아권에서는 일본의 다케다 제약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두 곳만이 메인 행사장을 배정받았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IR 행사를 직접 진행하며 “지난해에만 4곳의 고객사와 6개의 생산 의약품, 4건의 제조승인을 추가로 확보했다”며 “지금도 15개 이상의 기업과 30개 이상의 제품 공급에 대한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바이오시밀러 분야의 리딩 기업으로 우뚝 선 셀트리온도 올해 행사를 서정진 회장이 직접 진행하는 등 이례적으로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특히 서 회장은 의료기기 사업 등 신사업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서 회장은 “환자가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되는 원격진료시스템 시대가 도래하면 진단장비를 통해 집에서 치료하는 시대가 오리라 예상한다”며 “헬스케어 산업 전반에서 글로벌 선도 바이오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투자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미약품과 LG화학 등 대형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 전략 등을 대거 공개하며 관심을 끌었다. 권세창 한미약품 대표이사는 IR을 통해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치료제와 선천성고인슐린증 등 3개 희귀질환에 대한 3종의 바이오신약 등 차세대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의 경쟁력을 적극적으로 알렸고, 손지웅 LG화학 생명과학본부장도 자사가 보유한 △높은 R&D 역량 △글로벌 수준의 생산 시스템 △상업화 능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기업들의 ‘최고의 신약개발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집중 홍보했다.
SK바이오팜 역시 최근 미국식품의약국(FDA)에 신약판매 승인신청을 완료해 상업화를 앞두고 있는 수면장애치료제 등의 가능성을 알리는데 집중했고, 분자진단기업 씨젠은 인공지능(AI) 기반의 신약개발 자동화 시스템을 소개했다. 사진제공=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