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터넷 기업들이 정치권의 규제 강화 움직임에 적극적인 반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조만간 포털에 대한 규제 장벽을 한층 높이는 내용을 담은 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여 업계와 정치권의 여론전이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1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국내 인터넷 생태계 위기에 대한 대토론회’를 개최하고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소속 의원들이 발의한 규제 강화 방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유한국당 소속 김성태(비례)·박대출 의원과 오세정 국민의당 의원은 인터넷 기업 규제 강화 방안을 담은 관련법 개정안을 잇달아 발의했다.
이날 인터넷 업계가 지적한 정치권의 추가 규제 내용은 크게 네 갈래다. 우선 네이버와 카카오(035720)(다음) 등 뉴스를 제공하는 포털 사이트 운영사를 방송사에 준하는 언론으로 분류해 방송통신발전기금을 부과하는 내용이다. 발제를 맡은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포털 사이트 운영사는 직접 뉴스를 만드는 언론사가 아니라 정보를 전달해주는 역할을 할 뿐”이라면서 “이미 개별 언론사에 뉴스 사용료도 내고 있는 만큼 새로운 기금 부과 조처는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인터넷 기업이 서비스 원가 내용 등을 공개하도록 한 ‘회계정리 보고 의무화 방안’도 도마에 올랐다. 김 교수는 “이미 외부감사법에 따라 중요한 경영정보를 공시하고 있다”면서 “원가 제출을 요구하는 것은 영업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독점적 인터넷사업자를 규제하기 위한 ‘경쟁상황평가’ 제도 역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제훈 한국법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인터넷 기업의 사업 영역은 다른 시장처럼 획일적으로 가르기 어렵고 진입이 자유로운 구조로 되어 있는데 일괄적인 평가 기준을 도입하는 것이 가능한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인터넷 기업이 자사 플랫폼에 올라온 콘텐츠와 댓글 등의 유해성 여부를 의무적으로 감시하도록 한 규제 방안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민간 기업이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문재인 정부도 인터넷 산업 활성화에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차재필 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은 “규제 혁신 기구로 주목을 받았던 4차 산업혁명위원회의 수장조차 원안(부총리급)보다 지위가 낮아진 장관급으로 임명됐다”면서 “청와대 조직에 IT 전담 비서관이 없다는 점도 실망스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기업들은 산업 활성화를 위해 규제 강화보다는 국내외 기업 간 역차별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구글과 애플의 세금 납부 논란과 페이스북의 인터넷망 사용료 회피 문제 등의 사례처럼 글로벌 IT 기업도 국내 업체처럼 규제를 받도록 실질적인 조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행사에 토론자로 참석한 원윤식 네이버 정책담당 상무는 “해외 IT 기업의 독단적인 사업 행태는 국내에서 혁신적인 스타트업(창업 초기 기업) 등장을 어렵게 하고 더 나아가 역차별 문제로 이어진다”면서 “공평한 세금 납부와 인터넷망 사용료 부과는 문제를 풀기 위한 첫 단추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