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지주(071050)가 베트남에 이어 떠오르고 있는 아시아신흥시장인 인도네시아에 자산운용사 설립을 추진한다. 앞서 단팍(Danpac)증권을 인수한 데 이어 자산운용사 설립을 통해 인도네시아 등 신흥시장에 제2의 금융지주 모델을 뿌리내리겠다는 전략이다. 오는 4월께 단팍증권 인수와 관련해 인도네시아 금융당국의 심사를 마치면 운용사까지 출범시켜 시너지 효과를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경우에 따라 현지 운용사를 인수해 안정적인 협업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방안도 준비하고 있다. 이미 상호 등록을 마치고 한국금융지주의 노하우를 인도네시아에 집중시킬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지난 2014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현지에 인수합병(M&A)을 목적으로 사무소를 개설한 지 4년 만이다.
11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한국금융지주는 인도네시아 단팍증권 인수 이후 현지에 운용사 설립과 인수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한국금융지주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운용사 라이선스를 획득하는 데 3개월가량이 걸린다는 점에서 단팍증권 대주주 승인을 얻게 되는 4월 초에는 운용사 설립을 마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운용사 매물 리스트 역시 동시에 보고 있다”며 “인도네시아 운용사의 펀드 보수가 국내보다 3~4배 달하는 등 증권사와 운용사 간 협업 시너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송상엽 전 한국밸류자산운용 대표를 인도네시아 합작법인 추진단장에 임명해 급파한 배경도 운용업에 상당한 의지가 작용한 인사라는 해석이다.
무엇보다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부회장의 ‘2020년 아시아 최고 투자은행’ 목표가 한국투자증권의 인도네시아 집중력을 높였다는 평가다. 2015년과 2016년 연속 대우증권과 현대증권 인수에 실패한 뒤 ‘플랜B’를 다듬은 김 부회장은 사업 구조를 다변화해 인터넷전문은행과 한국투자캐피탈 등 비증권 부문 수익을 늘리고 투자은행(IB) 부문을 중심으로 인재영입을 통해 ‘맨파워’를 한층 높여왔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국내 5개 대형 증권사 가운데 유일하게 발행어음 업무를 금융당국으로부터 인가받아 국내 시장에서 명실상부한 초대형 IB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한투증권의 지분 100%를 갖고 있는 한국금융지주는 카카오뱅크 지분을 58% 보유한 최대주주로서 인터넷전문은행의 대표주자가 됐고 한국투자증권은 우리은행 지분 4%를 인수해 과점주주가 됐다.
김 부회장의 뚝심은 국내에서만 머물러 있지 않았다. 특히 ‘아시아 최고 투자은행 진입’이라는 중장기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해외 진출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1994년 영국 런던법인 설치 이후 홍콩·뉴욕·싱가포르 등에 진출했다. 2010년 베트남 현지 증권사를 인수해 설립한 키스베트남(KIS Vietnam)을 50위권에서 10위권으로 도약시켰다. 베트남 현지 외국계 증권사 가운데서는 압도적인 1위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단팍증권사 인수와 관련해서도 김 부회장은 2014년 사무소 설립 이후 꾸준히 현지를 방문해 인수대상 증권사를 직접 확인하는 작업을 수시로 했다. 지난해 4월 20개 후보군 가운데 12곳을 직접 추렸고 이후 트리메가증권사와 단팍증권사를 두고 최종 조율에 나섰고, 단팍증권은 시장점유율은 중위권에 머물렀지만 인수가 대비 PBR가 1.8배라는 점에서 가격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었다.
한국투자증권은 단순히 PBR가 낮은 증권사 인수에 그치지 않았다. 고위층 경영진이 전원 나서서 단팍증권의 기존 대주주를 설득해 유상증자에 매각대금 전액을 재투자시켰다. 인수가 대비 PER는 1.5배까지 내려갔다. 자기자본 62억원가량의 인도네시아 증권사 140곳 중 70위권인 단팍증권은 자기자본 462억원, 업계 순위 11위로 도약하게 됐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카카오뱅크에 한국 인구의 10%인 500만명이 가입했고 이를 기반으로 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인도네시아에서 도입할 때의 단팍증권의 성장성을 설명했다”며 “인수자인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믿음이 반영됐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신뢰는 향후 신설될 합작법인 상호에도 반영됐다. 한투증권은 베트남에 설립된 KIS베트남과 같이 KIS인도네시아를 검토했지만 기존 주주들이 ‘Korea Investment&Securities Indonesia’를 고집해 이를 수용했다. ‘KOREA’가 반드시 들어가야 경쟁사들과 차별화된 승부수를 펼칠 수 있다는 기존 주주들의 입장이 반영됐다. 이외에도 한투증권은 운용사까지 포함한 상호를 고민해 ‘Korea Investment& AsManagement Co., Ltd’까지 네 가지 상호를 모두 등록했다. 한투증권 관계자는 “국내 시중은행의 해외영업 지점 전체 수익과 인도네시아 한 곳의 수익이 비슷할 만큼 시장성이 큰 곳”이라며 “50만명의 주식투자 인구가 있을 뿐 아니라 이슬람 국가로서 연체율이 낮아 건전성까지고 갖춘 금융시장으로 향후 한투의 해외 거점 전진기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송종호·김광수기자 joist1894@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