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전에 인공로봇이 나에게 프렌치 프라이를 만들어주었다. 맛있다.
메뉴얼에 나와 있는 것보다 4분 덜 구웠다. 1분 덜 구웠으면 질척거렸을 것이다. 조금 더 구웠으면 탔을 것이다. 대단히 눈썰미 좋은 인공지능 오븐이 굽는 시간과 온도를 조절했다.
내가 한 일은 프렌치 프라이를 트레이 위에 올려놓고, 트레이를 오븐 속에 넣고, 케첩을 꺼내온 것 말고는 없다. 케첩을 날라다주는 무인기도 만들어 볼까?
우리가 ‘밀레니얼 오븐’이라고 별명을 붙인 이 스마트 조리기구는 지난 30년간의 기술 혁신을 그대로 따라오고 있다. 컨벡션 조리, 이미지 인식, 마이크로 프로세서, 초소형 카메라, 무선 라디오 등의 검증된 기반 기술이 적용되어 있다. 그러나 이 제품의 가치를 높여준 것은 아직 다른 누구도 검증하지 못했던 인터페이스 기술이다.
파퓰러사이언스는 지난 1988년 처음으로 Best of What’s New 혁신 제품을 선정한 이래, 올해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매년 혁신 대상을 선정해 왔다. 그 동안의 문화적 변화는 상당했다.
30년 전만 해도, 과학 기술은 매니아들의 영역이었다, 오디오, 메카닉, IT 분야의 매니아들은 마치 맥가이버처럼 직접 만든 구성품들을 가지고 그들만의 지역 네트워크를 구성했다. 오늘날은 무선 프린팅이나 우주여행 등의 지극히 특화된 아이디어들도 주류 영역에 급속히 뛰어들고 있다. 이러한 변화 때문에, 오늘날의 기준으로 보면 초기의 혁신 대상 수상작들은 매우 평범하고 시시해 보였다.
초기에 지배적인 제품군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로 다른 제품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제품들을 들 수 있다. 개념 실증이 아직 끝나지 않은 무선 인터넷, 초기 신경망 컴퓨터 등의 기술을 사용한 것이었다. 두 번째로, 미묘한 개량이나 눈길을 끄는 한 가지 기능이 들어간 제품들을 들 수 있다. 솔직히 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원하지도 이해하지도 못하는 제품들이다.
지난 1988년에 본지에 실렸던 파나소닉의 PV-4826 VCR을 다시 들춰 보자.
비디오 카세트 레코더와 응답기를 결합한 이 제품의 가격은 당시 470달러. 이는 2017년 화폐가치로는 938달러 30센트에 달한다. 이 제품을 사용하면 터치톤 키 코드를 사용하여 녹화 프로그램이 가능하다. 유용하고 멋지다. 그러나 동시에 엄청나게 사용하기 힘들다.
30년이 지난 지금 봐도 원격으로 녹화 제어를 할 수 있다는 점은 매우 인상적이다. 요즘도 고급 셋탑 박스에서나 볼 수 있는 기능이다. 오늘날은 전화선이 아닌 케이블, DSL, 광섬유 후크업을 사용해 DVR에 접속한다. 터치톤이 아닌 앱을 통해 프로그램을 설정한다. 그리고 ‘왕좌의 게임’을 자기 테이프가 아닌 하드 드라이브에 저장한다. 인터넷을 사용해 TV를 보는 코드커터들도 동일한 백엔드 기술을 사용해 아마존, 넷플릭스, 유튜브에서 같은 드라마를 스트리밍 또는 다운로드한다.
사용자들에게 당시와 지금의 차이는 절차의 편안함이다. 오늘날 쓰이는 기술은 90년대 후반에 들어서야 충분히 성숙되어 모두가 쓸 수 있게 되었다. 사람들이 팜 파일럿과 아이맥, 모토롤라 스타택을 가정과 사무실에 갖다놓은 것은 그래야만 하는 필연적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사람들이 사용하고자 하고 사용할 수 있었으며 얼리 어댑터가 겪어야 하는 넌센스를 완전히 떨쳐버렸기 때문이었다. 기술이란 서브컬처화된 당대의 시대 정신이다. 이것은 어디에도 없지만 어디에도 있다.
사용자 경험의 발전, 또는 기술혁신의 민주화라는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생각해 보라. 그러나 지난 30년간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제품을 완벽하게 하는 일, 또는 완벽이 언제 달성되었는지를 정하는 일은 우리의 몫이었다는 점이다. 기술은 그 분야에 상관없이 발전과 변화를 거듭해 간다. 한 때 우주의 지배자는 NASA였지만, 오늘날에는 스페이스X, 비글로우 에어로스페이스, 버진 갤럭틱, 블루 오리진 같은 민간 우주기업들이 있다. 한 때 인공지능은 연구소에서만 볼 수 있었지만, 오늘날에는 구글의 음성인식 어시스턴트와 안면인식 보안 카메라를 사용해, 마치 인간 동료와 이야기하듯 편안하게 인공지능과 상호작용할 수 있다. 그리고 한 때 매우 희귀했던 이런 장비는 오늘날 마치 라디오나 전등처럼 가정과 사무실에서 매우 흔해졌다.
한때 아무나 범접하기 어려웠던 기술도 이제는 장벽을 무너뜨리는 도구가 되었다. 우리는 나쁜 사람들이 날린 무인기를 격추할 수 있으며, 아이들에게 로봇 제작법을 가르칠 수 있다. 또 화성으로 여행할 수도 있다. 또한 기술을 통해 매우 편리한 생활을 할 수 있다.
오늘날 쓰이는 기술은 90년대 후반에 들어서야 충분히 성숙되어 모두가 쓸 수 있게 되었다.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