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이마트(139480) 베트남 고밥점 최대 매출액 1·2위에 나란히 이름을 올린 제과 제품은 국내 중소기업이 만든 노브랜드의 ‘버터쿠키’와 ‘초코칩쿠키’다. 6·7위에 오른 ‘계란과자’ ‘체더치즈볼’을 포함해 노브랜드 제품이 10위 안에 4개나 이름을 올릴 동안 세계 1위 식품기업 네슬레의 ‘킷캣’ 초콜릿 녹차 맛은 상반기 4위에서 하반기 순위가 더 떨어지며 연간 8위까지 밀려나는 수모를 겪었다. 노브랜드 제과는 현지 과자보다 4~5배 넘는 고가임에도 지난해 베트남 매출이 전년 대비 34%나 늘 정도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국산 과자가 해외 명품 먹거리로 부상한 셈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지난 1980년대 우리나라 사람들이 비싸더라도 미제 초콜릿, 일제 과자를 한번 먹어보고 싶어 열광했던 것과 비슷한 풍경이 베트남에서 연출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국에서는 평범하게 인식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아 명품으로 취급받는 브랜드가 늘고 있다. 이들 브랜드는 해외 유명 상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한국을 알리고 있다.
◇ 해외 유명 식당에서 사용하는 한국 도자기=세계 시장에서 새롭게 뜨는 상품은 노브랜드만이 아니다. 한국의 식탁에서마저 자취를 감췄던 전통 도자기는 해외 미슐랭 스타 셰프의 식탁에서 명품으로 태어났다. 대표 브랜드 광주요는 ‘베누(미슐랭 3스타)’와 ‘모수(1스타)’ 나파밸리의 ‘프렌치 런드리(3스타)’ 등 유명 식당에 식기를 공급하고 있을 정도다.
광주요 관계자는 “미슐랭가이드 2스타 이상을 받은 레스토랑은 특히 본차이나 도자기보다는 아시아의 고급 도자기를 사용하고자 하는 수요가 많다”며 “한국의 식기지만 서양의 섬세한 음식과도 잘 어울려 특히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의 일반 고객에게도 점차 이름이 알려지고 있다. 2017년 상반기에는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 사이트 아마존에 입점했다. 지난해 12월 아마존의 라이스볼(Rice Bowl) 카테고리에서 판매 1·2위를 모두 광주요 제품이 차지하기도 했다.
산간 오지에서 만드는 죽장연의 전통장은 와이너리 콘셉트를 도입한 국내 첫 명품 빈티지 장으로 청정 재료와 주민의 정성, 자연이 혼합된 국가대표급 식품이다. 뉴욕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 ‘단지’의 김훈이 셰프가 이곳 된장 등을 가져다 쓰며 해외에서 더욱 유명해져 내국인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졌다. 프랑스 인기 셰프 피에르 상 부아예를 비롯해 포틀랜드의 ‘디파처’, 샌프란시스코의 ‘베누’ 등 해외 유명 셰프들이 소문을 듣고 직접 포항 산간 마을을 찾을 정도다.
◇ 럭셔리 핸드백, 해외 유명 화장품 이면 보니=1987년 설립된 시몬느는 전 세계 럭셔리 핸드백 제조 물량의 10%를 점유하는 제조자개발생산(ODM) 회사다. 미국 시장에서만 30%가량의 점유율을 꿰찼다. 창업 첫해 매출은 45억원에 불과했지만 현재 1조원을 훌쩍 넘었고 한 해 영업이익만 2,000억원을 넘는다. 버버리·코치·DKNY·마이클코어스·마크제이콥스·토리버치 등 쟁쟁한 명품 브랜드의 핸드백을 만드는 시몬느는 단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혁신을 더한 ‘IDM(Innovative Design Manufacturing)’ 업체로 인정받고 있다. 시몬느는 손바느질한 것 같은 품질을 구현해내는 컴퓨터 미싱을 만들고 드라이 컨베이어벨트를 개발했다. 이외에 핸드백에 정교하게 색을 입히는 방법 등을 선보이며 장인 정신이 담긴 핸드백을 빠른 시간 안에 정교하게 만들 수 있는 표준화·산업화를 성공시켰다.
용기의 디자인은 화장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될 정도로 중요하다. 글로벌 화장품 용기 전문 제조사로 유일한 상장사인 연우는 K뷰티의 숨은 조력자로 통한다. 국내에서는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 등에, 글로벌 시장에서는 로레알·에스티로더·유니레버 등에 화장품 용기를 납품한다. 현재 펌프형·튜브형·견본형 용기를 생산하고 있다. 펌프용 용기 시장에서는 국내시장 점유율 37%로 독보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핵심제품인 디스펜스 펌프가 장착된 펌프형 용기는 내부의 내용물을 일정량씩 나눠 토출해준다. 진공상태로 내용물을 보존해 변질을 방지하기 때문에 기능성 고가 화장품에 적합하다. 현재 9,000여종의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확보했고 제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K뷰티 산업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다.
◇ 세계에서 더 인정 받는 한국 패션=전 세계 K팝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방탄소년단이 입은 하이엔드 브랜드 ‘준지’는 해외에서 더 유명한 K패션의 오래된 숨은 주역이다. 방탄소년단이 미국의 대표 토크쇼 ‘엘렌쇼’에 출연할 때와 ‘MIC DROP’ 뮤직비디오에서 준지의 블루종, 스웨트 셔츠, 후드, 슈즈를 착용해 새삼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미 유명가수 리한나와 힙합 스타 카니예 웨스트, 심지어 같은 패션업계 종사자인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가 준지 옷을 입는 것으로 유명하다.
우영미 디자이너의 ‘우영미(WOOYOUNGMI)’ 또한 한국에서보다는 해외에서 먼저 ‘한국 패션=우영미’라는 공식을 만들어냈다. 심지어 한류가 불기 전 글로벌 시장에서는 한국은 몰라도 우영미는 알 정도로 ‘마담 우’의 패션 파워는 상상을 초월한다. 존재감 높은 마담 우의 옷은 시릴 비네론 까르띠에 최고경영자(CEO)와 같은 명품업계 인사들이 입어서 더욱 명성이 높다.
기성복이 아닌 정통 슈트에도 명품이 존재한다.
올해로 61년째를 맞은 ‘장미라사’가 그 주인공. 장미라사는 삼성물산이 만드는 원단과 옷을 시험하기 위해 만든 양복점으로 처음에는 삼성그룹의 고 이병철 회장의 정장을 만들 목적으로 태어났다. 기성복의 시대로 바뀌고 있던 시절 장미라사는 수제 양복을 고집하며 초기 40만~100만원대 양복에서 200만~300만원대 초고가 브랜드로 변신했다. 정통 비스포크 방식으로 재킷 한 장 만드는 데 최소 5일, 슈트 한 벌 만드는 데 최소 2~3주가 소요된다. 전두환·이명박 전 대통령,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의 남편인 필립 공, 성악가인 고 루치아노 파바로티와 지휘자 정명훈 등이 이곳에서 정장을 맞췄다. 방한한 외국 지도자들이 한번쯤 들러 섬세한 한국인의 손맛에 매료되는 곳이기도 하다.
/심희정·윤경환·박윤선기자 yvett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