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를 영문으로 번역한 데버러 스미스(31)가 오는 19∼22일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패럴림픽을 계기로 열리는 ‘국제인문포럼’에 참석해 ‘오역’ 논란에 입을 연다.
스미스는 이번 포럼에서 ‘우리가 번역에 관해 이야기할 때 말하는 것들’이라는 제목의 발표를 통해 오역 논란은 번역의 일면만을 강조한 것이라고 반박할 예정이다. 미리 공개된 발표문에 따르면 스미스는 “내가 번역한 영역본 ‘채식주의자’가 물론 한국어 원작과 완전히 다른 작품이라고 말하는 것은 어떤 측면에서 볼 때 전적으로 옳다”며 “문자 그대로 옮긴 번역 같은 것이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창조적이지 않은 번역이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 어떤 두 언어에서도 문법이 정확히 일치하는 경우는 없으며, 단어 역시 각기 다르고, 심지어 구두점조차도 서로 다른 무게를 지니고 있다”며 “언어는 서로 다르게 기능하기 때문에, 많은 경우 번역은 서로 다른 수단에 의해 유사한 효과를 거두는 일에 관한 것이다. 그러한 차이, 변화, 해석은 비단 완벽하게 정상적인 것일 뿐만 아니라, 충실함에 정확히 부합하는 것들이자 충실한 번역의 핵심적인 부분이기도 하다”고 부연했다.
이어 “내가 부주의와 오만함으로 한강의 작품을 배신했다는 게 사실일까? 물론 내가 한강을 숭배할 정도로 사랑하고 그녀의 작품을 아주 천재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그러한 것은 아니겠지만, 내가 아직 마스터하지 못한 언어를 겁 없이 번역하겠다고 나서면서 그렇게 된 것일까?”라며 “‘채식주의자’를 번역한 지 4년이 되었고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한 지는 7년 정도 되었다. 그 당시 이해하지 못했던 것을 지금은 이해하게 되었다”고 했다.
앞서 문학평론가인 조재룡 고려대 불어불문학과 교수는 지난해 계간 문학동네 봄호에 실은 ‘번역은 무엇으로 승리하는가’에서 스미스의 번역이 한국어에서 생략된 주어를 틀리게 옮겼다고 비판했으며, 김번 한림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도 학술 논문에서 스미스가 소설 속 인물들 사이의 관계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번역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