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S-story]높아진 트럼프 통상압박…외교맨 영입하는 로펌들

김앤장 고문에 외교부 2차관

산업부 출신 변호사도 스카우트

광장은 국제통상연구소 설립

세이프가드 등 압력 거세지자

외교통상 전문가 확보 열 올려



“고문이지만 직접 프레젠테이션(PPT) 자료도 만들어 고객들한테 설명하고, 그야말로 ‘열일’ 중입니다. 다른 외교부 출신 고문들도 마찬가지예요.”


최근 내로라하는 국내 대형 로펌에 고문으로 입사한 전직 외교부 공무원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는 북핵 문제로 외국 기업들의 문의가 많았다면 이제는 미국발 통상 압력에 골머리를 앓는 국내 기업과의 만남이 더 잦다고 한다. 세탁기부터 철강재까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전방위 통상 압박이 거세지면서 수출 기업들을 지원하는 로펌들도 통상 전문가 확보에 열 올리고 있다.

15일 법조계와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이달 초 안총기 전 외교부 2차관을 정식 영입했다. 인사혁신처 산하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지난해 안 전 2차관에 대해 김앤장 취업제한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안 전 2차관은 심사를 다시 신청해 지난해 말께 취업 승인 결정을 얻어냈다. 김앤장은 또 노무현 정부 북핵기획단장과 옛 외교통상부(현 외교부) 차관보 등을 역임한 이용준 전 주이탈리아 대사도 지난해 고문으로 데려왔다. 김앤장은 이 밖에 검사 출신이자 산업통상자원부 동아시아 자유무역협정(FTA) 추진기획단에서 근무한 박정현 변호사를 영입하는 등 국제 통상 전문가 스카우트에 바짝 힘을 쏟는 중이다.


대형 로펌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강화되는 통상 압력 움직임에 촉을 곤두세우고 관련 인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 태양광전지와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 조치) 권고안에 대해서 이달 26일과 다음달 초까지 발동 여부·수위를 각각 정할 예정이다. 한미 FTA 재협상도 지난 5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개시했다. 미국은 한국산 자동차의 원산지 규제 강화, 미국산 자동차 수입쿼터 확대 등을 요구하며 한국 정부를 압박하는 형편이다. 한 대형 로펌의 고위관계자는 “김앤장 등 경쟁 로펌들의 움직임에 맞춰 우리도 국제 통상 전문가를 물색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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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법무법인 광장은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박태호 서울대 교수가 이끄는 ‘광장 국제통상연구원(GCI)’을 지난해 9월 설립했다. 이 그룹에는 통상교섭본부 FTA 교섭대표를 지낸 최석영 고문, 산업부에서 반(反)덤핑·무역규제 대응 업무를 맡아본 조영재 외국변호사(미국)와 주현수 변호사 등 전문가들이 포진했다. 국내 유일의 관세청 출신 변호사로 관세통상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박영기 변호사도 광장 소속이다. 광장의 한 관계자는 “외교부뿐 아니라 기획재정부·관세청에서 FTA 원산지 문제, 관세 법령 등의 전문지식을 갖춘 인사들을 적극 영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화우도 2014년 국내 대형 로펌 중 최초로 시작한 국제무역통상팀을 확대하고 있다. 화우 국제무역통상팀의 주축은 주제네바 대표부 대사를 지낸 박상기 고문, 외교부·산업부를 거친 정기창 외국변호사(미국) 등이다. 화우는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우리 정부를 대리해 삼성전자·LG전자에 반덤핑관세를 부과한 미국 상무부에 맞서 2016년 승소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지난해보다 다소 정도는 줄었으나 여전한 북핵 리스크도 로펌들이 외교부 경력자를 모셔가는 주요인이다. 외교부 출신의 한 대형 로펌 고문은 “지난해 4·4분기만 하더라도 글로벌 대기업의 본사 경영진이 줄줄이 한국으로 날아와 북핵 위기에 관한 조언을 구했을 정도”라며 “외국 기업들은 여전히 ‘전쟁이 날 확률’의 답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혁·박효정기자 2juzso@sedaily.com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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