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시장 못이기는 정부(Ⅵ)] 부동산·최저임금·물가 등 전방위 점검...'조사 받는 대한민국'

심층 원가분석·특별물가 조사서 전자담배 사재기 점검도

국세청·국토부·금융당국·지자체 강남 부동산 합동조사

"과거조치 답습·무기한 세무조사 등이 되레 부작용 불러"



산업통상자원부는 15일부터 한 달간 33㎡(10평)가 넘는 소매점포를 상대로 가격표시제 이행실태에 대한 집중 지도·점검에 나섰다. 설 명절을 앞두고 매년 해온 점검이라지만 산업부 보도자료에는 ‘소비자 물가 안정’이라는 목표가 명시돼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연초부터 들썩이고 있는 장바구니 물가를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도 이날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현장을 찾았다.

기재부가 시행하는 전자담배 사재기를 막기 위한 현장점검도 시작됐다. 가격 인상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사업자의 폭리를 막기 위해서다.


대한민국은 조사 중이다. 새해 들어 고용노동부와 국토교통부·공정거래위원회·금융위원회·국세청 등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까지 나서 각종 조사와 점검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치솟는 부동산 가격과 가상화폐 거품,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후폭풍을 막기 위한 의도라지만 과도한 조사와 시장개입은 뒤탈이 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5일 기재부에 따르면 최저임금 급등과 관련해 물가관리와 부당고용행위 점검이라는 두 갈래의 단속이 이뤄지고 있다. 산업부 외에 공정위는 불법적인 생활물가 가격 인상에 대한 감시에 나섰다. 담합 같은 불공정행위를 통해 가격을 인상할 경우 엄중 조치하고 불공정 가맹사업거래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기로 했다. 심층 원가분석과 특별물가조사, 가격 비교도 하고 물가감시센터를 통해 김밥과 치킨 등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최저임금 인상에 편승해 무리하게 가격을 올렸는지도 들여다본다.

고용부는 지난 5일부터 불법·편법으로 최저임금을 올리는 사례와 경비업·편의점·음식점 등 취약업종을 중심으로 최저임금 준수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이달 28일까지는 계도기간으로 정해 사업장이 자율적으로 개선할 기회를 주되 이후부터는 적극적으로 단속할 방침이다. 지난 3년간 최저임금을 위반한 이력이 있는 사업주는 즉시 사법 처리한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강남 부동산 시장을 잡는 데는 국세청과 국토부, 금융당국, 지자체가 동원됐다. 지난해 강남 재건축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843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한 국세청은 조만간 추가 세무조사를 시행할 예정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지난해 같은 방식의 추가 세무조사를 준비하고 있다”며 “탈법적인 증여·상속을 엄단할 예정이며 이는 집값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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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와 지자체도 합동점검반을 구성해 강남을 포함한 모든 과열지역을 대상으로 무기한, 최고수준 강도로 현장단속을 하고 있다. 금융위와 금융감독원도 가계대출 증가세가 과도한 금융사를 대상으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비율 준수 여부를 집중 점검하고 있다. 가상화폐도 국세청이 빗썸과 상위업체 세무조사에 나서면서 거래정보를 취합하고 있다. 언제든 추가 세무조사와 과세가 이뤄질 수 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과도한 조사는 예기치 않은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최저임금에 대한 집중 단속만 해도 효과가 있을지 의문시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상당수 국민을 범법자로 내모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전직 정부 고위관계자는 “실제 최저임금 준수가 힘든 전국의 5인 이하 사업장을 정부가 모두 조사할 수 있겠느냐”며 “과거 5% 미만이었던 최저임금 미준수 업체 비율이 최근 13% 수준까지 올랐는데 앞으로는 25% 이상 더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2011년 이명박 대통령은 “기름값을 보면 주유소의 행태가 실로 묘하다”고 밝혔다. 이후 정부는 원가조사 작업에 들어갔고 공정위를 통해 주유소 원적지 관리 담합 카드까지 꺼냈다. 결국 기름값은 ℓ당 100원씩 내려갔고 옛 지식경제부 주도로 알뜰주유소를 만들었지만 그 효과는 3개월 이상 가지 못했다. 지금도 알뜰주유소보다 싼 주유소가 적지 않다. 정부가 시장을 못 이기는 셈이다.

과도한 조사는 관련 비용을 사회에 전가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지적도 많다. 정부의 무리한 조사에 사업자들이 관련법을 지키려다 보면 판매가격을 올리거나 근로자의 근로시간 단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최저임금의 경우 임금인상에 따른 부담을 소비자가 지게 될 확률이 높다. 근로자의 소득은 근무시간 감소로 정체하거나 거꾸로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전직 정부 고위관계자는 “특별물가조사와 무기한 세무조사로 물가와 강남 집값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특별물가조사는 과거 군사정부에서나 하던 일”이라며 “최저임금을 무리하게 올리고 부동산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 조사로 이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세종=임진혁·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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