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툭하면 "계좌 옮긴다"…투자자 압박에 눈치보는 은행

"신규 개설 은행 자율에 맡길 것"

정부 발표후 "계좌 빨리 터 달라"

투자자 항의 빗발 '동네북 신세'

책임만 떠 안은 은행들 속앓이

웹용 신한모자이크처리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들의 신규 계좌 개설이 연말부터 중단된 가운데 새롭게 투자 시장에 뛰어들려는 사람들의 불만이 은행으로 향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일단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는 유보하고 가상화폐 실명제부터 차질없이 추진한다고 했으나 도입 이후 신규 회원에 대한 계좌 개설 여부를 은행의 자율에 맡기기로 하면서 은행만 동네북이 될 처지에 놓인 것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가상화폐 거래를 새롭게 시작하려는 사람들이 은행으로 가상계좌를 언제 터주는지 문의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가상화폐 종류가 가장 많아 투자자들에게 인기인 업비트에 가상계좌를 제공하고 있는 기업은행은 최근 전화와 영업점으로 거래소 가상계좌를 터달라는 문의가 많이 와서 내부망에 ‘29일부터 신규 계좌 개설 중단’이라고 안내하는 공지를 한 번 더 띄웠다.


현재 가상계좌로 회원들의 입금을 받던 업비트와 빗썸·코인원 등 대형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금융당국이 가상화폐 실명확인 입출금 시스템 도입 전까지 은행에 신규 계좌 개설을 중단해줄 것을 요청하면서 지난해 말부터 신규 가상계좌를 터주지 않고 있다. 또 법인계좌로 입금을 받던 코인네스트와 코인레일도 실명제 시스템 도입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신규 회원은 물론 기존 회원들에게도 입금을 받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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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금융당국이 이달 말 가상화폐 실명확인 입출금 서비스가 시작되고 나서 신규 회원에 대한 가상계좌 발급을 재개할지를 은행이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실명확인 입출금 서비스가 도입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잠재 투자자들은 막상 도입 후에도 은행이 신규 가상계좌 제공을 재개하지 않으면 은행을 향해 비난을 가할 소지가 다분하다. 아직 가상화폐 투자를 시작하지 못한 사람들은 물론 기존 가상화폐 투자자들 가운데 거래소를 옮기고 싶은 사람까지 고려하면 이들이 세력화됐을 때 은행은 크나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미 가상화폐 투자자들은 지난 12일 신한은행이 기존 가상계좌에 대한 입금을 중지하고 실명제 시스템 도입도 연기한다는 방침이 알려지자 계좌 해지 움직임을 이끌며 힘을 과시했다.

이에 가상계좌 업무를 하고 있는 은행들은 앞으로 무거운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지게 된데다 쉽사리 가상계좌 업무에서 발도 빼지 못하는 딜레마에 처했다. 이에 정책은 정부가 만들면서 책임은 은행에 전가하는 행태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가상화폐 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은행 실무자들은 최대한 가상계좌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어 하지만 정부 정책이 오락가락하면서 위에서 의사결정을 못하자 오히려 미안해한다”며 “정부가 거래소 인가제가 아닌 간접규제 방식을 택하면서 영업은 우리가 하는데 책임은 은행이 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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