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런 방침은 자영업자를 포함해 소규모 사업장이 처한 작금의 어려움을 도외시한 행정편의주의 발상일 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납득하기 어렵다. 최대임금 인상에 몸살을 앓는 영세사업자에게 이중의 부담을 지우겠다는 발상부터 고약하다. 영세사업주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이런 식의 심리적 압박을 가할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근로자 소득을 늘려 경제의 선순환을 이루겠다는 정부 의도와 달리 곳곳에서 부작용을 야기하고 있다. 영세사업자들은 정부 방침대로 올려주다가는 멀쩡하게 일하는 근로자를 내보내거나 사업을 접어야 한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명단 공개니 신용 제재 운운하며 압박하는 것은 영세사업주의 불만에 불을 지르는 것밖에 안 된다. 최저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사업자를 두둔하자는 말이 아니다. 사정이 여의치 못한 경우와 고의적 악성 체불을 엄연히 구분해야 한다.
지금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후폭풍과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 정부의 노력이 집중돼야 한다.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최저임금 산입기준을 현실에 맞게 재조정하는 것과 일자리안정기금을 효율적으로 집행하는 것이 우선이다. 무턱대고 법부터 지키라고 압박하는 것은 최저임금제 연착륙에도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