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주택시장이 연초부터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추가 대책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밝힌 것은 현재 상황을 일부 지역에 국한된 비정상적인 과열 양상으로 진단하는데다 섣불리 추가 대책을 내놓았다가 역효과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15일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강남을 중심으로 고가주택이 많이 오르고 있지만 현재의 상황은 균형점을 벗어난 비정상적인 시장이라고 생각한다”며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지금 당장은 추가 대책을 내놓기보다는 투기 단속 등을 통해 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 점검하면서 (정책의) 정치적 효과를 높여가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부동산 관련 모두발언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하지 않은 것도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부동산 이야기를 하면 또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현상을 좀 더 여유 있게 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도 정부의 섣부른 추가 대책이 오히려 시장에 자극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장에 워낙 자금이 많이 몰려 있고 국지적인 과열 양상이 계속되다 보니 정부가 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엉뚱한 방향으로 시장이 흘러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일각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정부가 너무 자주 대책을 내놓는 바람에 정책의 취지가 시장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정부가 추가 대책 마련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이유로 꼽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월간 단위로 부동산 대책이 나온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정책 피로도가 굉장히 크다”며 “너무 자주 대책을 내놓다 보니 정책을 제대로 파악하기도 어렵고 시장 참여자들에게 정보가 굴절돼 전달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현재 거론되고 있는 분양가상한제 적용, 재건축 연한 연장 등은 시장에 공급 부족 시그널을 주면서 다시 한 번 주택 가격을 끌어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국토부 관계자도 “분양가상한제로 인해 시장에 역효과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지금은 시장이 극도로 예민한 상태이기 때문에 시장 참여자들이 정책이 나올 때마다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해 당초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정책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현실적으로 지금 당장 정부가 쓸 수 있는 정책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정부가 추가 대책 발표를 서둘러 하지 못하는 이유로 꼽힌다. 이현석 건국대 부동산대학원장은 “정부가 할 수 있는 대책들을 거의 다 내놓았다”며 “추가로 내놓을 만한 대책이 없는데다 정책과 시장의 시차가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지켜보자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