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의 한 장례식장에서 어머니 장례를 치른 김모(58)씨는 생각지도 못한 난관에 부닥쳤다. 유언에 따라 화장(火葬)을 하려고 보니 서울의 화장장에 자리가 없었던 것이다. 인천과 수원 등 인근 지역도 알아봤지만 지역 주민이 아니라 8배를 웃도는 이용료를 내야 해 부담이 너무 컸다. 결국 김씨는 4일장을 치러야 했다.
가족을 잃은 유족들이 심신을 가다듬기도 전에 화장장을 구하느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화장 중심의 장례문화에 맞춰 화장시설을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서울시설공단이 운영하는 화장시설 승화원과 서울추모공원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화장시설 이용 예약이 꽉 찼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화장장을 구하지 못한 일부 유족들이 3일장을 치르지 못하고 4일장이나 5일장을 치러야 했다. 실제로 하루 최대 50건의 화장을 진행하는 서울추모공원에서 지난 14일 4일장으로 화장한 건수가 13건에 달했다. 승화원 관계자는 “지난해 겨울철보다 올해 하루 평균 10건 정도 더 많은 거 같다”며 “화장하러 오시는 분들이 많아 화장장 잡기가 어려워 4일장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일부 유족들은 8배가 넘는 이용료를 내고 다른 지역 화장장을 이용하기도 한다. 화장장은 지방자치단체가 관리·운영하면서 타 지역 주민에게 높은 이용료를 받는다. 서울과 일부 수도권 지역을 관장하는 승화원과 서울추모공원은 관내 주민에게 이용료로 12만원을 받지만 관할 지역 밖의 주민에게는 100만원을 받는다. 마찬가지로 서울 주민이 인천과 수원 등의 화장장을 이용할 때 최대 100만원의 이용료를 내야 한다. 승화원의 또 다른 관계자는 “심지어 세종시까지도 간다”며 “세종시의 관외 지역 시민 이용료가 48만원으로 상대적으로 낮아 은근히 수요가 많다”고 전했다.
화장이 장례 문화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했지만 공급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사회에 접어들어 장례 수요가 늘어났다. 특히 겨울철과 환절기에는 고령층 사망 빈도가 높아 한파가 몰아치며 화장장 수요도 급증한다. 실제로 최근 5년간 계절별 화장신청 평균 건수를 보면 겨울철이 4,115건으로 여름철(3,767건)보다 400건가량 많았다.
현재 서울의 화장시설은 승화원과 서울추모공원, 두 곳뿐이라 점차 늘어나는 화장 수요를 맞추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필도 을지대 장례지도학과 교수는 “전국적으로 화장률이 80%를 넘는 등 화장 수요는 늘고 있지만 화장시설 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혐오시설처럼 여겨지는 화장시설을 복지시설 기능을 하도록 짓는 등 지자체와 지역 시민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했다.
/이두형·심우일기자 mcdjrp@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