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 동구에서 아모레퍼시픽의 뷰티 편집숍 ‘아리따움’을 운영하는 박인근(50대)씨는 최근 오전10시부터 오후7시까지 종일 아르바이트를 해온 30대 주부를 해고했다. 박씨는 “경기가 불황이라 장사가 안 되는 상황에서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뛰면서 퇴사를 부탁했다”며 “정부 방침대로 하면 최저임금이 1만원까지 오르는데 앞으로 아르바이트를 고용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토로했다.
#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근처에서 김밥집을 운영하는 이미옥(가명) 사장은 최근 주방 아주머니 한 분을 해고하고 300만원을 들여 무인자판기를 들여놨다. 이 사장은 “김밥·라면 가격을 올리면 손님이 뚝 끊긴다”며 “그렇다고 급여만 올려줄 수는 없는 노릇이고 주변 추천을 받아 무인자판기를 설치했는데 2개월 만에 본전을 뽑았다”고 말했다.
최저임금발 인력 구조조정이 예사롭지 않다. 자영업을 넘어 중소기업 등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대상도 아르바이트·경비원 등을 넘어 영세 공장에서 생계를 이어가던 계층으로까지 넓혀지고 있다.
A 업체 사장은 “올해 큰 폭으로 뛴 최저임금도 부담인데 정부가 오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밀어붙이겠다고 강조하고 있다”며 “저와 같은 영세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지금부터 시급 1만원 시대에 대비해 사람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영세 중소기업들이 느끼는 인건비 부담은 상상 외다. C 봉제업체 대표는 “미싱도 세분화돼 있어 보조(시다) 인원의 급여가 낮은데 이제는 최저임금 때문에 알바생과 정규직원의 월급이 같아지고 있다”며 “결국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해서는 고령자를 먼저 내보내는 것 외에 대안이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추세라면 그나마 남아 있는 국내 봉제산업의 뿌리가 흔들리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특성상 인력을 많이 고용해야 하는 화장품 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화장품은 제품설명 등 대면 서비스가 필요한 분야다. 이렇다 보니 화장품 로드숍의 경우 매장 규모별로 아르바이트를 많게는 10명 이상도 고용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들어 인건비 부담을 호소하는 화장품 가맹점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화장품 업체 본사들도 가맹점주 지원 대책 준비로 분주하다. 전국에 680개 매장을 둔 토니모리는 가맹점주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프로모션 시 유상으로 구입하는 판촉물을 원가에 공급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각 브랜드별로 유통 채널 특징과 브랜드 전략을 고려한 가이드라인을 점주들에게 배포하고 있다. LG생활건강도 가맹점주 지원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인건비 부담을 피하기 위해 아르바이트 고용을 최소화하는 경영방식이 확산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1인숍’ 형태의 창업이 늘고 있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 ‘옥동식’ 식당은 다른 음식점과 운영체계가 사뭇 다르다. 가게이름은 셰프이자 운영자인 옥동식 사장의 이름에서 따왔다. 이 가게는 돼지곰탕 한 가지 메뉴만 취급하는데 하루 딱 100그릇만 판다. 매장설계가 카운터 방식이어서 사장이 직접 음식을 내준다.
기존 사업자들은 무인자판기를 도입하며 셀프서비스 비중을 높이고 있다. 장신호 포스뱅크 본부장은 “대학가 주변은 일찍부터 무인자판기 수요가 발생해왔고 최근 들어서는 휴게음식점이나 패스트푸드점을 중심으로 설치 요구가 들어오고 있다”며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화장품 판매점 또한 편의점처럼 ‘무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미 이니스프리는 서울 여의도와 왕십리에서 화장품 자판기 미니숍을 운영하고 있다. 아리따움은 O2O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O2O 서비스가 확대되면 매장에서의 상담시간이 줄어들어 이에 소요되는 상담직원 인건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해고 바람이 확산되면서 일자리 감소 폭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외식업중앙회 산하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은 최저임금 상승으로 오는 2020년까지 현재 외식업 종사자의 13%가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분석했다. 외식업만 놓고 봐도 이 비중이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변수연·박해욱기자 dive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