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5월 출범 이후 서울 강남 지역의 집값 상승은 투기 세력 때문이라는 입장을 줄곧 견지해왔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취임식에서 강남 지역의 주택 거래량 통계자료를 언급하면서 강남 집값을 끌어올리는 것으로 의심되는 투기 세력을 강하게 질타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국토부가 제공한 자료를 보면 실제 강남에서 주택을 사는 사람들이 투기 세력이 아닌 실수요자들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17일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월 강남 4구(서초·강남·송파·강동구)의 아파트 매매 거래량 2,339건 중 지방 거주자들이 167건을 사들여 전체 매수자 중 7.1%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국토부가 이 같은 자료를 발표한 것은 최근 일부 언론이 지적한 지방 거주자들의 서울 원정 투기 문제에 반박하기 위함이다. 실제 국토부가 한국감정원 통계를 토대로 제공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말 지방 거주자들의 서울 강남 4구 주택 매수 비중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지난해 9월에는 지방 거주자들의 서울 강남 4구 주택 매수 비중이 7.7%로 가장 높았으나 연말로 갈수록 줄어드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국토부 통계가 오히려 그간 정부가 줄기차게 주장해온 투기 세력으로 인한 강남 집값 상승 주장의 설득력을 떨어뜨린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서울 거주자들의 강남 4구 아파트 매수 건수는 1,835건으로 78.5%를 차지했다.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월별로 보더라도 서울 거주자들의 강남 4구 아파트 매수 비중은 77~80%로 꾸준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서울 거주자들이 실수요 등의 목적으로 강남 4구 아파트를 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도 “강남을 비롯해 서울 사람들이 강남에 집을 사는 것을 투기로 보기는 어렵다”며 “특히 최근에 강남에 주택을 사는 사람들은 대출을 많이 받는 것도 아니고 자기가 감당할 수 있는 여력이 있어 사는 것인데 이를 투기로 규정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학군 등 강남의 인프라가 좋다 보니 서울 사람들이 강남에 집을 사는 것”이라며 “정부가 시장의 전체적인 흐름을 보지 않고 그때그때 반박 자료를 내다 보니 무리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