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인권위에 따르면 자신을 아이스하키 팬이라고 밝힌 홍모씨는 단일팀 구성은 우리 대표팀 23명의 행복추구권과 직업행사의 자유 등 인권을 침해하기 때문에 즉각 중단돼야 한다는 진정을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상대로 냈다. 홍씨는 “(단일팀 구성은) 소수의 인권을 희생해 대의를 이루겠다는 전체주의적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단일팀에 반대한다는 청원 글이 17일까지 수백 건 올라왔다.
정부는 지난 9일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을 제안했다. 단일팀에 한해 엔트리를 확대해 북한 선수들을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엔트리 확대를 위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에 협조를 구해놓은 상태로 17일 남북 차관급 실무회담에서 이 문제가 다시 논의됐고 최종 결정은 오는 20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릴 IOC와의 회의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도 장관은 16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북한의 우수한 선수를 참가시키면 전력이 보강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이낙연 국무총리는 같은 날 기자간담회에서 “여자 아이스하키가 메달권에 있는 것은 아니다. 북한 선수 가운데 기량이 뛰어난 선수 몇 명을 추가해 1~2분씩 함께 뜀으로써 전력이 강화되는 것을 선수들도 받아들이는 것으로 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날 밤 새러 머리 대표팀 감독은 “올림픽이 임박한 상황에서 단일팀 얘기가 나온다는 게 충격적”이라는 반응이었다. “북한팀의 2~3명 정도는 우리 대표팀에 도움이 될 만한 수준이지만 1~3라인에 들어올 수준의 선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체력 소모가 심해 선수 교체가 잦은 아이스하키는 1~4라인으로 선수를 구분해 교대로 기용하는데 4라인 기량이 가장 낮다. ‘메달권이 아니어서 단일팀을 꾸려도 괜찮다’는 식으로 들리는 이 총리의 발언도 선수들에게는 상처가 될 만하다.
정부의 논리는 이렇다. 아이스하키는 1~2분씩 계속 교대하며 뛰기 때문에 우리 대표팀 23명 엔트리를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북한 선수 몇 명에게 작은 출전 기회라도 주자는 것이다. 정부는 “우리 선수들에게 전혀 피해가 가지 않게 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 선수에게 돌아갈 출전 시간만큼 우리 선수가 뛸 수 있는 시간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시시각각 전술이 바뀌고 선수들의 작전 이해도가 승패를 가르는 아이스하키에서 갑작스러운 북한 선수의 투입은 애써 쌓아놓은 조직력을 무너뜨릴 위험이 있다. 남북 단일팀만 엔트리를 확대하는 데 대해 다른 출전국의 반발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