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가상화폐)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비트코인은 심리적 저지선이라 불리던 1만 달러 선을 깨뜨리고 하락하는가 싶더니 18일 오전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리플 등 다른 암호화폐 역시 코인원 기준 18일 12시 현재 전날보다 70% 가량 상승했다.
국내외 증권가에서는 암호화폐 가격 변동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달콤한 꿈에서 악몽으로, 그리고 다시 상승=
“비트코인은 달콤한 꿈보다 악몽에 더 가까웠다.”
파이낸셜 포스트는 지난 18일 밤 암호화폐 시장의 가격 급락을 두고 이같이 논평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의 가격은 17일 9,400달러로 최저점을 찍었다. 비트코인의 국제 시세가 1만 달러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11월 말 1만 달러를 돌파한 후 약 6주 만이다. 지난달 중순 2만 달러에 근접했던 역대 최고치와 비교하면 반 토막이다. 그동안 투자 시장에서는 1만 달러를 비트코인 가격의 심리적 저지선으로 불렀다.
가격이 급락한 것은 비트코인 뿐 아니라 1,400여 다른 암호화폐 역시 마찬가지였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6일 자정과 비교할 때 지난 17일 밤 암호화폐 시장 시총은 하루만에 159조 여 원 증발했다.
다만 급락세는 이날 오전 들어 진정되는 모양새다. 비트코인은 코인마켓캡에 등록된 모든 거래소에서 1만 달러 선을 회복하며 전날 같은 시간보다 7.24% 상승했다. 리플은 오후 1시 30분 현재 32.56% 올랐으며 시총 33위의 스마트캐시는 143% 증가했다.
◇가격 급락 원인은 ‘한·중 암호화폐 규제’=시장에서는 암호화폐 가격이 최근 며칠간 하락한 핵심 원인으로 한국과 중국의 규제 우려를 꼽았다. 파이낸셜 포스트는 “이번 붕괴의 진원지는 한국”이라며 “한국 정부는 암호화폐 거래를 금지하려는 위협을 되풀이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11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가상화폐는 도박”이라며 “거래소를 폐쇄할 계획이며 부처 간 이견이 없다”고 발표하면서 시장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후 중국에서 암호화폐 개인간 거래(P2P)를 중지할 수 있다는 소식도 악재가 됐다. CNBC와 블룸버그는 지난 15일(현지시간) “중국이 P2P 방식의 장외 온라인 플랫폼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 대해 사용자 접근을 막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이날 도래한 비트코인 선물 거래 만기가 원인이라는 주장도 나오지만 실제 영향을 크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이다. 투자자가 가격이 하락하는 쪽에 베팅했다면 만기 때 매도하는 것이 유리하다. 다만 이날 만기를 맞은 비트코인 계약분에 한달 동안 유입된 자금은 15억 달러로 비트코인 하루 거래액 193억달러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박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비트코인 선물을 비롯한 여러 요인이 꼽히고 있지만 규모면에서 이번 암호화폐 가격 급락 원인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한국과 중국 정부의 규제가 모두 암호화폐 거래 자체를 막아 수요를 없애는 방향이라는 점에서 정책 우려가 크게 작용했다고 보는 쪽이 합리적”이라고 분석했다.
◇‘비트코인 5,600원까지 하락’ vs ‘안정적 조정’ =미국 CNBC는 ‘비트코인의 가격이 시험대에 올랐다’며 애널리스트들의 상반된 반응을 보도했다. CNBC에 따르면 기술적 애널리스트들은 “암호화폐의 가격이 폭락 후 바닥을 치고 있는지 말하기 이르다”며 “비트코인 차트의 100일 이평선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통신 역시 조 밴 헤크(Joe Van Hecke) 미국 그레이스 홀 트레이딩(Grace Hall Trading LLC)의 매니징파트너의 말을 인용하며 암호화폐가 반등할 여지가 있다고 보도했다. 헤크는 “어떤 암호화폐가 버티는 힘(staying power)을 지녔는지 평가할 수 있는 때”라고 말했다.
셰바 자파리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는 “비트코인은 9,978달러 수준에서 바닥을 다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조정 국면이라고 본다면 9,978달러 안팎에서 안정되거나 반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와 함께 “9,836달러 선이 무너지면 기반이 약해지고 7,882달러까지 무너진다면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반대의 시각도 있다. 씨티그룹의 애널리스트들은 “비트코인이 아직 바닥을 치지 않았다”며 “5,600달러 선까지 급락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당분간은 투자자들의 불안감과 추매 심리가 공존해 1만달러를 기준으로 가격 등락이 반복할 것으로 보인다”며 “가격 하락의 원인인 한국과 중국 정부의 규제 정책 방향이 확실해지기 전까지는 흐릿한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윤주인턴기자 yjo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