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2018 싱크탱크 제언] 4만弗 시대의 고용·노동정책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장

구조조정 대비해 사회 안전망 강화

4차혁명 걸맞는 직업교육 확대

퇴직-연금 '가교일자리' 마련을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 원장




한국 경제는 지난 1997년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이전까지 문제였던 고비용·저효율 문제가 해소되면서 경제 체질이 업그레이드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는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가 열릴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열심히 일했는데 퇴직연령은 예전보다 더 낮아졌다. 은퇴 이후 친구들과 치맥을 즐기며 여행계획 세우기를 기대했지만 현실은 몸소 통닭을 튀겨야 하는 우울한 모습이다. 고용·노동 부문이 한국 경제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아니라 발전을 뒷받침하는 지지대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향의 개혁이 필요한가.


첫째, 규제개혁이다. 고용·노동 분야를 논하는데 왜 규제개혁을 언급하는가. 일자리 창출의 주역인 기업의 기가 죽어 있기 때문이다. 즉 투자와 고용을 늘릴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규제개혁이 필수적이다. 우리나라 산업구조를 보면 경쟁력을 갖춘 제조업에서는 기술 프런티어 한계에 부딪혀 더 이상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후발주자들에 쫓기고 있다. 서비스업은 후진적인 모습이다. 서비스업이 경제를 이끌지 못하고 제조업에서 밀려난 이들을 흡수하는 역할만 하고 있다. 기업은 과감한 투자를 하고 싶다. 그러나 지금 같은 규제공화국에서는 투자를 할 수 없다. 할 수 있는 것을 나열하는 포지티브 규제에서 할 수 없는 것만 최소한으로 지정하고 나머지는 할 수 있게 하는 네거티브 규제로 하루빨리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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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고용취약 계층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보다 더 강화해야 한다. 실업자가 된 후 새 직업을 탐색할 수 있는 기간에 안정적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실업급여가 지급돼야 한다. 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량실업이 발생할 것이다. 은행업에서는 올해 40대 초반의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고 한다. 이들 구조조정 대상자나 퇴직자들은 나름대로 준비를 하겠지만 현실에서 부딪히는 재취업·창업의 어려움은 따뜻한 사무실에서 상상했던 것과 다를 것이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실업자 신세일 수 있다. 처음에는 괜찮다고 했던 가정의 응원 목소리가 점점 작아지면서 원망의 눈칫밥이 앞에 놓일 수도 있다. 실업급여 기간을 좀 더 늘려야 한다. 실업 후 미취업 상태에 오랫동안 놓인 장기 미취업자를 위한 직업훈련을 확대하고 일자리 매칭 제도를 현장 중심의 취업 프로그램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셋째, 사회구조 변화, 인구구조 변화에 부합하는 고용·노동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제조업이 제조업의 특성만 고집하기보다 서비스를 가미한 ‘제조업의 서비스화’로 변화될 것이다. 고용정책이 지금과 같은 제조업 중심에 머문다면 학력과 일자리, 혹은 전공과 일자리 간 미스매치도 심화될 것이다. 실업자와 재직자에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직업교육을 확대해 새로운 분야로 이동할 수 있는 유인을 제공해야 한다. 자신들이 원하는 서비스·문화·콘텐츠 부문의 직업교육이 활성화되면 청년들도 반응할 것이다. 또 경제활동인구 감소 및 고령화 진전에 대응하는 고령인구 활용방안이 구체적으로 제시돼야 한다. 생애 주된 일자리에서의 퇴직과 연금 개시 시점까지를 연결할 수 있는 ‘가교일자리’ 창출이 필요하고 임금피크제 등의 도입을 의무화해 근속기간을 늘리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고용·노동정책은 어렵다. 다양한 분야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지방선거가 있어 정책 방향이 수립된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추진하기는 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경제에 온기가 조금이나마 퍼져 있는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못한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추진해야 한다. 4만달러 소득과 저녁 있는 삶을 원한다면 지금 해야 할 것은 고용·노동개혁과 사회안전망 확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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