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여객터미널(T2)이 개장한 18일 인천국제공항. 기자가 탄 공항 버스 기사가 길을 헷갈려 3층 출국장이 아닌 1층 입국장에 내려줄 정도로 아직은 곳곳에 낯선 분위기가 엿보였다. 하지만 보안 검색대를 통과하고 면세 구역에 들어서자 제1여객터미널(T1)에서는 볼 수 없던 진풍경이 펼쳐졌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위해 삼성전자가 마련한 가상현실(VR) 체험공간에서 출국 대기를 하는 고객들이 가상 스노보드를 즐기는가 하면 공항 곳곳 뽀로로 캐릭터를 활용한 놀이공간에는 어린이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공항 한가운데는 큼지막한 공연장이 있어 연주자들이 공연을 준비하고 있었다. 인천공항 T1은 물론 전세계 어느 공항에서도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공항 천장도 방문객의 지루함을 덜기 위해 곡선형태로 디자인돼 있어 T1과 차별화했다.
[영상]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볼 수 있는 신기한 것들 |
면세점들 역시 단순 상품 구매 공간이라기보다는 체험 공간으로서의 역할이 강조됐다. 특히 화장품을 파는 신라면세점 매장 공간 내 설치된 ‘뷰티 미러’는 정보통신기술(ICT)을 결합한 체험 기술의 정수였다. 뷰티 미러는 3차원(3D) 화면으로 메이크업을 시뮬레이션하는 기기다. 라네즈 판매 코너에 위치한 이 기기의 화면 조작만으로 실제 화장을 하지 않아도 각종 화장품을 자신의 얼굴에 적용했을 때 어떤 효과가 날지 미리 알 수 있어 첫날부터 여성 방문객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았다. 또 ‘디지털 뷰티 바’에서는 룰렛 이벤트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었고, ‘퍼스널 뷰티 바’에서는 전문가의 메이크업 시연과 상담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T2 구역은 처음부터 고객 체험을 강화하는 콘셉트로 구성된 게 특징”이라며 “방문객이 탑승 대기하는 동안 지루하지 않을 정도로 볼거리, 놀거리를 충분히 갖추는 데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주류·담배를 파는 롯데면세점은 주류 코너를 아예 바(Bar) 형태로 구성했다. 조니워커·헤네시·로얄살루트 등 위스키를 시향·시음한 뒤 구매할 수 있도록 해 남성 방문객들의 관심을 독차지했다. 또 국내 공항 면세점 최초로 궐련형 전자담배 전용 공간을 조성한 것도 눈에 띄었다. 아직 전자담배가 대중적이지 않은 나라에서 온 관광객에게는 충분리 흥미로운 공간일 것으로 생각됐다. 특히 KT&G ‘릴’을 공항면세점 최초로 선보인 점이 인상적이었다.
패션·잡화를 취급하는 신세계면세점은 캐릭터 상품을 대폭 강화한 것이 특징이었다. 라인프렌즈·카카오프렌즈·뽀로로 등 각종 캐릭터 상품을 매장에 전면 배치해 고객 방문을 유도했다. 이곳에는 목 베개·슬리퍼·안대 등 여행용품은 물론 스피커·가습기와 같은 소형 가전까지 다양한 상품을 망라했다.
롯데면세점 주류 매장 시음 코너의 한 직원은 “시향·시음은 T1에서는 없던 서비스”라며 “오전만 해도 이제 막 서비스를 개시해 방문객이 많지 않았으나 오후부터 점점 늘고 있다”고 소개했다.
신세계면세점과 함께 3년만에 인천공항에 컴백한 샤넬을 비롯해 구찌, 랑콤, 설화수 등 각종 플래그십 매장도 면세구역의 고급스러움을 더 했다. 특히 샤넬과 구찌는 매장 전면에 가로 17.1m, 세로 13.4m 크기의 대형 파사드를 설치, 마치 해외 유명 쇼핑거리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4층에 위치한 면세품 인도장도 T1보다 넓은 공간을 갖춰 훨씬 쾌적한 느낌이었다. 인도장 한쪽에서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엄청나게 많은 양의 면세품을 가방에 나눠 담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신세계면세점 앞에서 라인 캐릭터 조형물 사진을 찍던 30대 회사원 김모씨는 “아내가 캐릭터 사진을 찍어서 보내 달라고 했다”며 “T1보다 확실히 볼거리가 많아진 것 같다”고 흡족해했다./인천=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