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 차 주(駐)한국 미국대사 내정자가 우리 정부의 임명동의(아그레망)를 받았는데도 정식 부임을 위한 후속 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미국 CNN 방송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N은 이 사안에 관해 잘 아는 소식통을 인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지난달 한국 정부에 차 내정자의 이름을 전달하고 아그레망을 요청했으며, 신속하게 승인을 받았다고 전했다. 미국 대사의 아그레망 절차는 내정자가 기밀정보 취급허가를 얻고 백악관의 승인을 받은 이후에 진행된다. 따라서 주재국의 승인은 일종의 요식행위로 신속하게 이뤄지기 마련이라고 CNN은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한 달 가까이 아무런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데 대해 의문과 혼란이 일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대사는 통상 아그레망을 받은 뒤 미국 정부의 공식 지명, 상원의 인준 절차를 거쳐 부임한다. CNN은 “그의 부임이 지체되는 것은 당혹스러운 일이다. 미국의 국익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첫 1년 동안 비어있는 핵심 외교 포스트 중 가장 주요한 자리가 주한 미국대사”라고 진단했다. 로널드 노이만 미 외교아카데미 회장은 “한국은 중요한 나라”라면서 “그 나라를 가까이에서 모니터링할 누군가가 정말로 필요하다. 대사만큼 가까이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우려했다.
특히 한반도 긴장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을 고려할 때 차 대사 임명이 늦어지는 것을 두고 한국 정부의 관료들도 혼란스러워한다고 방송은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이와 관련한 어떠한 설명도 듣지 못했다고 한다. 따라서 미 정부 내부의 문제일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사실 트럼프 정부가 취임 1년 동안 대사를 임명하지 않은 주요국은 한국만이 아니다. 사우디아라비아, 독일, 유럽연합(EU), 이집트, 요르단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미 외교협회(AFSA)에 따르면 임기 첫해 임명한 대사 숫자는 트럼프 정부가 전임 버락 오바마 정부에 비해 31% 적은 것으로 추산된다.
/한상헌인턴기자 arie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