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할 때 어떤 질문을 하실 것 같다고 저희도 어느 정도 예상을 하잖아요. 그런 느낌이랑 비슷한 거 같아요.”
22일 진천선수촌에서 만난 2018평창동계올림픽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김상욱(30)은 형제 선수끼리는 묘하게 통하는 게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대표팀 25명 올림픽 엔트리 중에는 형제 선수가 4명이다. 김기성(33)·상욱, 신상우(31)·상훈(25) 형제가 주인공이다. 그동안 변방에 머물던 한국 아이스하키가 올림픽에 나가는 것 자체가 경사인데 이들에게는 그야말로 가문의 겹경사인 셈이다.
김기성은 “경기 중에 왠지 이쪽에 형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정말로 그 자리에 형이 있다”고 했다. 신상훈은 “(김기성·상욱) 형들은 같은 라인에서 뛰기 때문에 더 그럴 것 같은데 다른 라인에서 뛰는 우리 형제도 비슷하다. 코너에 몰린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패스를 하면 상우 형이 있다”며 웃어 보였다.
세계랭킹 21위의 한국은 지난달 올림픽 평가전 성격의 유로하키 채널원컵에서 세계 1위 캐나다와 대등하게 맞섰다. 2대4로 지기는 했지만 2피리어드 한때 2대1로 앞섰다는 사실 자체로 해외에서 더 큰 화제가 됐다. 아이스하키는 강국과 그렇지 못한 나라의 실력 차가 유독 큰 종목이기 때문이다.
이 경기에서 김상욱은 2골을 터뜨리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1라인에 함께 서는 김기성·상욱 형제의 찰떡 호흡은 대표팀의 최대 강점 중 하나다. 둘은 중고교와 대학은 물론 상무·실업팀까지 같은 길을 걸었다. 김기성은 동생에 대해 “체격 조건이 월등히 좋은 외국 선수들을 상대하는 스킬이나 상대가 에워쌌을 때 생각지도 못한 패스를 뿌릴 때 상욱이가 정말 대단해 보인다”고 했다. 반대로 김상욱은 “하키를 시작할 때부터 형의 모든 것을 보고 배웠다”고 했다.
김상욱과 신상훈은 핀란드리그(2부) 유학파다. 실업팀 안양 한라의 지원으로 선진 하키를 경험하고 돌아왔다. 둘은 형의 조언을 새기고 올림픽에서도 단단히 일을 내겠다고 다짐했다. 김상욱은 “다른 무엇보다 부상을 조심해야 한다는 형의 말을 늘 잊지 않고 있다”고 했다. “사이드에서 외국 선수들과 힘겨루기를 할 때 밀리지 않는 형의 모습이 가장 멋있어 보인다”는 신상훈에게 신상우는 “어렵게 얻은 엄청난 기회니까 어떻게든 후회를 남기지 말자”고 조언했다. 신상훈은 “아버지 말보다 형 말을 더 잘 듣는다. 저한테는 아버지 같은 존재”라고 했다.
한국은 평창올림픽 조별리그에서 오는 2월15일 체코(6위), 17일 스위스(7위), 18일 캐나다와 맞붙는다. 1승만 해도 기적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강한 상대다. 승패를 떠나 접전만 벌여도 박수를 받겠다는 기자의 말에 용감한 형제들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고 한목소리로 응수했다. “단기전이잖아요. 첫 경기만 잘 풀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몰라요. 나중에 하키를 시작할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책임감을 갖고 부딪쳐야죠(김상욱).” “정말 첫 경기 분위기에 따라 1승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봐요. 한국 아이스하키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모든 걸 쏟아부을 겁니다(신상훈).”
/진천=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