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3연임 성공' 김정태…조직안정·M&A 통해 신성장 과제

하나·외환은행 조기통합 이끌고

사상 첫 순익 2조클럽 가입 눈앞

그룹 시너지 이끌 적임자 판단

김 회장 "무거운 책임감으로 헌신"

사업다변화·非은행 체질개선 숙제

111




금융당국의 제동에도 불구하고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3연임이 사실상 확정됐다. 국내 금융지주사에서 3연임에 성공한 건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과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에 이어 세 번째다.


하나금융 회장추천위원회는 22일 3명의 후보 가운데 프레젠테이션(PT)과 심층면접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김 회장을 표결 끝에 차기 회장 후보로 단독 추천했다. 김 회장은 이사회와 오는 3월 주주총회를 거쳐 차기 회장으로 선임된다. 임기는 3년이다. 윤종남 하나금융 회추위원장은 “김 회장은 급변하는 금융시장 변화에 대비하고 미래성장기반 확보, 그룹의 시너지 창출 및 극대화를 이끌 적임자로 판단돼 회추위 위원들로부터 가장 많은 지지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3연임에 성공한 배경은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의 조기 통합을 비롯해 지난 임기 동안 하나금융의 실적이 크게 개선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3·4분기 누적 연결 당기순이익 1조5,410억원으로 지난 2015년 말 9,097억원보다 69.4%나 증가했다. 지난해 실적이 사상 처음으로 순익 ‘2조 클럽’에 가입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더구나 하나와 외환은행 간 완전한 화학적 결합을 위해 김 회장과 같은 리더십이 필요했던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하나금융의 한 고위관계자는 “하나와 외환이 통합됐지만 완전하게 한몸이 되기 위해서는 김 회장의 리더십이 좀 더 필요한 게 아니냐는 (이사회의) 내부 공감대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세 번째 임기에서 인수합병(M&A)을 포함해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비은행 계열사 체질개선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계열사 중 은행 비중이 90%가 넘을 정도여서 은행에 지나치게 의존적인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리딩뱅크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 하나금융은 2025년 은행 이익 1위, 비은행 비중 30%, 글로벌 비중 40%라는 원대한 비전을 갖고 있다. 김 회장이 이를 위해 어느 정도 기틀을 다지거나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하나금융이 지금까지 실적개선에 중점을 뒀다면 앞으로는 M&A 등 성장 비전을 보여줘야 하는 중차대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김 회장의 연임은 이사회가 당국의 입김을 막아내 가능했다는 분석도 있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말부터 지배구조 문제를 연일 제기할 때도 하나금융 이사회 윤종남 의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하나금융은 국가에서 운영하는 곳이 아니다. 관치 부활이 우려된다”며 적극적으로 방어하면서 당국의 개입 논리를 무력화시켰다. 금융당국이 지배구조 문제를 계속 지적하자 하나금융은 김 회장을 회추위 위원에서 제외하며 시스템을 개선하는 등 강수로 응수해 논란 확산을 사전에 막았다. 또 외부 헤드헌터 업체를 통해 영입된 ‘이헌재맨’으로 통하는 최범수 전 코리아크레딧뷰로(KCB) 대표가 막판 부상하면서 유효경쟁도 성공했다. ‘김 회장의 페이스메이커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최종 면접까지 완주하면서 이날 열린 이사회에서 최종 후보 선정을 놓고 격론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의 인사 개입 논란이 증폭되자 청와대가 직접 나서 “민간 금융사에 대한 인사 개입은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힌 것도 김 회장 연임에 힘이 됐다.

김 회장은 이날 회추위 공식 발표 직후 “무거운 책임감으로 금융 산업 발전에 헌신하겠다”며 짧은 소감을 밝혔다. 김 회장은 이어 “금융당국의 금융혁신 추진방안과 지배구조 관련 정책을 충실히 이행하고 최고경영자 승계 절차 운영의 투명성을 제고하겠다”고도 했다. 또 사외이사 선임 과정의 객관성과 투명성 강화, 계열사 책임경영 확립과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 내실화 노력 등도 강조했다. 금융권에서는 “3연임에 성공한 김 회장이 그동안 껄끄러운 관계였던 당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했다. 어떤 식으로든 하나금융의 지배구조 시스템에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김 회장은 1952년 부산 출신으로 경남고와 성균관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1981년 서울은행에 입행해 1986년 신한은행으로 옮겼고 1992년 하나은행에 창립 멤버로 합류했다. 이후 하나금융 부사장, 하나대투증권 사장, 하나은행장을 역임했다. 2012년 하나금융 회장에 오른 뒤 2015년 연임에 성공했다.

황정원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