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자영업자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등이 정책수단으로 동원되면서 카드사의 반발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실적 축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카드사들이 줄어든 실적을 보전하기 위해 고정비를 줄여나갈 경우 가장 먼저 인력감축을 해나갈 수 있어 감원 부메랑을 맞을 수 있다.
22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서울 중구 여신금융협회에서 열린 소상공인단체 간담회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통한 소득주도 성장 과정에서 단기적으로 소상공인에게 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모든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자영업자 부담 완화를 위해 전혀 상관없는 카드사 수수료 인하라는 처방을 내놓은 것이다. 금융당국은 우선 오는 7월부터 편의점·슈퍼마켓·제과점 등 소액결제가 많은 업종의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인하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카드 수수료 원가 중 하나인 밴(VAN) 수수료를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바꾸기로 했다. 현재 밴 수수료는 결제 1건당 100원 수준으로 산정되고 있지만 개선안이 반영되면 결제금액의 0.2%로 계산된다. 소액결제 업종 가맹점 약 10만곳의 카드 수수료율이 평균 0.3%포인트 낮춰져 연간 200만∼300만원의 수수료 경감 효과를 낸다는 게 금융위 측의 설명이다.
금융위는 또 올 하반기 카드사 원가를 분석해 내년 1월부터 우대 수수료율 조정 등의 방식으로 종합적인 카드 수수료 인하 방안을 시행할 예정이다. 현재 연 매출액 3억원 이하의 영세 가맹점의 경우 0.8%, 연 매출액 5억원 이하의 중소 가맹점은 1.3%의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는데 매출액 기준을 높여 우대 수수료 적용범위를 넓힌다는 것이다.
카드사들은 카드 수수료 체계를 뒤흔드는 각종 정책이 쏟아지면서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카드결제 활성화로 세원이 확보되는 긍정적 효과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면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자영업자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카드사에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카드사 대표는 “수수료 인하로 자영업자 등이 연간 혜택을 보는 금액이 얼마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소소할 것”이라며 “만만한 게 카드사 수수료인지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정책에 동원되고 있다”고 반발했다.
카드 산업의 육성을 고민해야 할 금융당국이 카드사 수수료 인하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자영업자 반발 등이 확산되고 있어서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소상공인 단체의 한 관계자는 “외식업 등 업종에는 신용불량 상태인 근로자들이 많아 4대 보험에 가입하는 동시에 급여 차압을 당해 4대 보험에 가입하면 직원들이 도망갈 수 있다”며 우려를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또 “최저임금 부담이 만만치 않다”며 추가적인 비용 부담을 호소한 자영업자도 있었다.
한편 최 위원장은 KB금융 노조의 근로자 추천 이사제 추진 방침과 관련해 “근로자 추천 이사제에 대한 법제화는 시기상조라고 이미 말했다”면서 “할지 말지는 개별 은행에서 정할 문제”라며 한발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