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사후에 상하이서 만난 백남준-요셉 보이스

中 상하이 하우미술관서 기획전

두 작가의 생전 못이룬 꿈 실현

'사드'후 韓작가 대형전시 눈길도

백남준 ‘보이스의 목소리(Beuys Vox)’, 1961~1986년작, 가변설치. /사진제공=상하이 하우미술관백남준 ‘보이스의 목소리(Beuys Vox)’, 1961~1986년작, 가변설치. /사진제공=상하이 하우미술관




백남준 ‘이지 라이더(Easy Rider)’, 1995년작, 164x148x180cm /사진제공=상하이 하우미술관백남준 ‘이지 라이더(Easy Rider)’, 1995년작, 164x148x180cm /사진제공=상하이 하우미술관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미술가 백남준(1932~2006)과 그의 예술적 동지였던 독일 작가 요셉 보이스(1921~2006)의 작품 세계를 깊이 있게 들여다 본 2인전 ‘선지자의 편지’가 중국 상하이 하우미술관(HOW Art Museum)에서 최근 개막해 오는 5월 13일까지 열린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촉발된 한중 갈등이 해빙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중국 본토에서 한국 작가를 전면에 내세운 대규모 전시가 처음 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미술 애호가로 유명한 쩡하오 원홈 아트호텔 회장이 설립한 하우미술관은 지난 2013년 중국 저장성 윈저우에서 개관한 데 이어 지난해 9월 상하이에 5,000㎡ 규모로 문을 열었다. 2011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커미셔너 등으로 활동한 윤재갑 큐레이터가 상하이 하우아트미술관 관장을 맡아 두 곳의 개관을 준비했고, 이번 백남준 전시는 2년 여 기획기간을 두고 마련됐다.


윤재갑 하우미술관 관장은 “보이스와 백남준은 생전에 두 사람이 함께하는 공동 전시를 기획했지만 보이스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실현되지 못했기에 이번 전시는 두 작가의 염원을 실현하는 자리”라며 “전시 제목 ‘선지자의 편지(Lettres du Voyant)’는 19세기 프랑스 상징주의 시인 랭보의 대표작에서 따 온 것으로 역사에 대한 혹독한 비판과 참회를 실천한 보이스와 동서양 문명의 융합과 시공의 경계를 기술력으로 녹여낸 백남준을 통해 20세기 중후반의 문화적 황금기를 보여줄 것”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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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 ‘푸른 부처’ 1992~1996년작, 250x155x205cm /사진제공=상하이 하우미술관백남준 ‘푸른 부처’ 1992~1996년작, 250x155x205cm /사진제공=상하이 하우미술관


백남준 ‘프렌치 시계 TV(French Clock TV)’, 1993년작, 가변설치. /사진제공=상하이 하우미술관백남준 ‘프렌치 시계 TV(French Clock TV)’, 1993년작, 가변설치. /사진제공=상하이 하우미술관


이들 작가는 1960년대 초반 독일을 중심으로 일어난 국제적 전위예술 운동인 ‘플럭서스’의 핵심인물로 ‘요셉 보이스가 플럭서스의 영혼이라면 백남준은 플럭서스의 심장’으로 평가받는다. 요셉 보이스는 1·2차 세계대전과 아우슈비츠에서 독일이 행한 역사적 과오를 반성하며 인류에 대한 빚을 대변한 행위예술가 겸 정치활동가로, 문명과 자연의 공생을 추구하며 교육 민주화를 목표로 한 자유국제대학(FIU)을 설립하기도 했다. 한국에서 태어나 홍콩·일본에서 공부하고 독일에서 활동하다 미국에서 생을 마감한 백남준은 흔히 ‘비디오아트의 창시자’로 불리지만 유럽의 전위예술과 동양의 선 불교, 유라시아의 토속적 샤머니즘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든 ‘글로벌 유목인’으로서 미술과 음악, 전통예술과 현대기술을 접목한 미디어아트의 새 장을 열었다.

전시는 백남준의 1960년대 행위예술과 관련 영상으로 비롯해 2000년대까지의 비디오 조각 등 총 55점으로 시작한다. 이어 백남준이 제작한 ‘보이스의 목소리(Beuys Vox)’, 백남준과 보이스가 1984년에 함께 공연한 퍼포먼스 ‘코요테Ⅲ’ 등이 선보인다. 하우미술관이 소장한 350여 점 요셉보이스 작품 중 연대별 대표작도 만날 수 있다. 전시를 위해 그레고어 얀센 독일 뒤셀도르프 미술관장과 김남수 전 백남준아트센터 큐레이터가 협력했다. 미술관은 일반인의 접근성을 높이고자 밤 10시까지 야간 개장한다.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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