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수차례 대학로 무대를 장식하는 안톤 체호프의 대표작 ‘벚꽃동산’이 색다른 해석과 배우들의 조합으로 무술년 첫 무대를 장식한다.
이달 31일 서울 대학로 나온씨어터에서 개막하는 ‘벚꽃동산’은 농노제와 찬란했던 귀족사회를 상징하는 87세의 늙은 하인 피르스가 연극의 시작과 끝을 장식한다.
무술년의 첫 ‘벚꽃동산’이 될 이 작품을 연출하는 송해욱 연출은 “원작 본연의 스토리와 맛을 살리되 구시대에 박제될 수밖에 없는 인물인 피르스의 비중을 키워 연극 ‘벚꽃동산’과 함께 나이를 먹은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접점을 늘리고 싶다”고 연출의도를 밝혔다. 송 연출에게 벚꽃동산은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상징하는 ‘화양연화’다. 송 연출은 “한 때의 찬란함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대부분은 그때를 알아차리지 못 하고, 미처 깨닫지 못하고 지나쳐버리고 만다”며 “이 작품을 보며 나의 가장 찬란했던 시기와 추억, 장소를 떠올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벚꽃동산은 안톤 체호프가 죽기 1년 전 완성한 작품으로 체호프의 희곡 중 극작술의 정수이자 가장 완숙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19세기 말 러시아에 몰아닥친 상업 자본의 회오리와 지주 계급의 쓸쓸한 몰락을 이야기하는 우울한 줄거리임에도 체호프 스스로 ‘희극’이라고 주장한 배경에는 개성 있게 그려진 인물 군상, 그리고 이들이 부딪혀 만들어내는 일상의 이야기가 있다. 특히 배우들의 연기력을 뽐낼 수 있는 작품으로 유수의 극단은 물론 각 대학 연극영화과 졸업작품으로도 자주 무대에 오른다.
특히 모든 캐릭터가 살아 움직이는 듯 생생해 관객 누구나 자신과 닮은 캐릭터 하나쯤은 발견할 수 있다는 게 벚꽃동산의 매력이다. 송 연출은 “어릴 때는 꿈과 야망을 위해 전진하는 로파힌에게 공감하고 그를 응원했다면 나이가 들수록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피르스에게 공감하게 되더라”며 “셰익스피어의 캐릭터는 내면과 외면의 표현이 같은 반면 체호프의 인물들은 관객들에게 겉과 속이 다른 면을 보여주며 또 다른 재미를 준다”고 설명했다.
배우들의 조합도 색다르다. 몰락한 귀족인 라네프스카야 역에는 연극 ‘치치코프’ ‘아마데우스’ 등에 출연했던 서담희, 라네프스카야의 오빠 가예프 역은 ‘로미오와 줄리엣’ ‘춘풍의 처’ ‘자전거’ 등 극단 목화의 주요작에 출연한 이병선, 피르스 역은 ‘갈매기’ ‘아마데우스’에 출연한 박현욱이 열연한다. 다음 달 4일까지 나온씨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