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시술을 받았지만 임신에 실패한 40세 전후 여성들이 ‘나프로임신법’ 교육과 치료를 받은 뒤 30% 중반대의 자연임신 성공률을 보이고 있어요. ‘시험관아기 시술’로 불리는 시험관수정 시술(평균 30% 수준)보다 높지요. 다만 나프로임신법을 본격적으로 보급하기에는 아직 제약요인이 많아 차근차근 보폭을 넓혀갈 계획입니다.”
지난해 7월 문을 연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나프로임신센터의 이영 소장(산부인과 교수)은 “센터의 성과가 고무적”이라면서도 “나프로임신법을 1대1 교육·상담할 프랙티셔너 자격증을 딴 전문간호사 등이 부족하고 아직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무료로 하는 대신 교육·상담 인원을 제한하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나프로임신법(NaProTechnology)은 자연적(Natural), 가임력(Procreative),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자연임신을 할 수 있는 몸과 마음 상태를 갖도록 도와준다. 40여년 전 미국인 산부인과 의사 토머스 힐저스가 개발하고 교황바오로6세연구소(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가 체계적으로 발전시켜왔다.
난임의 원인은 다양하고 지금도 안갯속인 구석이 많다. 나프로임신법에서는 난소에서 분비되는 여성 호르몬의 역할과 그 결과인 자궁내막·자궁경부 점액의 상태를 중시한다. 에스트로겐은 자궁내막을 촉촉하게 해 정자의 자궁 내 유입을 돕는다. 배란 직전까지 상승해 피크를 친 뒤 급감한다. 프로게스테론은 배란 후 분비량이 늘어나 자궁내막을 끈적한 상태로 만들어 수정란의 착상을 돕는다. 프로게스테론이 급감하면 생리가 시작된다. 점액분비가 가장 왕성할 때부터 3일간이 배란이 가능한 시기다. 물론 난자의 미성숙·성숙한 난자가 난포에서 터져 나오지 못해서 난임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나프로임신법은 여성호르몬의 기능을 이해하고 자궁내막→자궁경부 점액의 변화를 관찰해 자신의 생리주기·배란후기 등이 얼마나 되는지, 가임기는 언제인지 등을 알 수 있게 교육한다. 연속해서 세 번 정도 생리주기와 점액의 상태를 관찰해보면 자신의 생리주기 특성, 가임력이 정상적인지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 생리주기가 28일로 같은 여성 간에도 배란시기와 배란후기(배란일~다음 생리 전날) 기간 등은 제각각이다.
조미진 센터 전담간호사는 “생리기간이 일주일 정도라고 하면 별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생리혈의 양상이 변화하는 패턴 관찰을 통해 난임의 요인을 발견할 수 있다”며 “보통 14일 안팎인 배란후기 기간이 너무 짧아도 프로게스테론 분비량과 작용기간에 안 좋은 영향을 미쳐 난임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정상적인 소견이 발견되면 내과·외과적 치료를 병행해 여성 고유의 가임력을 높인다. 이 소장은 “이곳을 찾은 난임부부 가운데 상당수는 이미 인공수정이나 시험관아기 시술을 경험했지만 실패해 육체적·정신적으로 피폐하고 자존감·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있다”며 “하지만 꾸준하게 교육·상담과 치료를 받으면 자연임신이나 난임시술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대개 6개월 안에 진단검사가 이뤄지고 호르몬요법 등 필요한 치료를 하게 된다”며 “약물의 효과를 볼 수 있으면서 여성의 건강에 해가 되지 않는 저용량 요법을 쓴다”고 덧붙였다.
이 소장은 난임시술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그는 “고통스러운 난임시술을 하지 않고도 임신할 수 있는 여성이 많은데 정부에서 지원을 해주다 보니 난임시술부터 받는 경향이 있다”며 “나프로임신법이 그에 앞서 자연임신 가능성이 있는지 확인하는 방법으로 활용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