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중앙은행 전현직 총재들조차 ‘뭔가 터질 것 같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니 더욱 그렇다. 2003년부터 10년간 영국 중앙은행 총재를 지낸 머빈 킹 전 총재는 지난 9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과도한 부채로 세계 경제에 위기가 닥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양적 완화로 낮아진 금리가 자산가격을 끌어올리고 자산매입 과정에서 부채가 급격히 늘어났는데 정상으로 되돌아가는 과정에서 자산가격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는 향후 5~10년간 세계 경제의 최대 위험은 과도한 채무라고 지적했다. 실제 이탈리아 등 유럽 금융기관은 여전히 부실채권에 시달리고 있고 중국의 그림자금융 등 신흥국 부채비율은 급증한 상태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중국 정부, 가계, 비금융 지방기업의 총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56%에 달한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7년 만에 반등했는데도 중국 경제 위기론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다.
우리나라도 가계부채가 1,400조원에 이르는 등 심각한 수준이다. 국내에서든 해외에서든 언제라도 둑이 터질 수 있는 상황이다. 미국·일본 경제가 살아나고 우리 경제도 3% 성장이 예상된다고 해서 안심할 단계가 아니라는 얘기다. 장밋빛 성장에 취하다 보면 국내외에서 울리는 적신호를 간과할 수 있다. 유동성 후폭풍에 대비하라는 다보스포럼의 경고를 새겨들어야 할 때다.